[경제학 ‘뜨거운 감자’ MMT] 돈 무한정 찍어라?… 美, 대선 앞두고 ‘복지대국론’ 부상

입력 2019-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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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주자 “재정적자 확대 통한 완전고용" 등 주장...야당뿐 아니라 트럼프마저 솔깃

최근 경제학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현대통화이론(MMT)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대선을 1년 앞둔 가운데 희망자들을 정부가 고용해 완전고용 상태를 실현하자거나 국민 전체에 1인당 월 1000달러(약 119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자는 등 미국에서 급진적 복지정책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심지어 ‘전국민 건강보험’조차 실현되지 못한 철저한 민간 주도 경제이지만 실업률은 3%대로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북유럽을 능가하는 ‘복지대국론’이 강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MMT는 정부가 부채 상환에 필요한 돈을 얼마든지 찍어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확대돼도 문제가 없다는 이론이다. MMT는 빈부 격차 확대,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른 인간 일자리 상실 우려와 맞물려 미국 대선 주자들이 복지정책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MMT는 민주당 좌파가 선호하는 경제이론으로 꼽힌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 의원이 2월 미국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그린 뉴딜’에 필요한 재원을 재정지출 확대로 충당할 수 있다며 그 근거로 MMT를 들었다. 이후 MMT는 경제학계에서 이단시됐던 이론에서 나아가 워싱턴D.C. 정가에서 뜨겁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4월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백악관에 들어가면 연방 고용 정책을 실현하겠다”며 ‘국민 일자리’ 정책을 내걸었다. 샌더스 진영 정책 담당자는 “미국은 지금도 600만 명의 실업자가 있다”며 “새 정책은 공공사업을 통해 원하는 모든 사람을 정부가 고용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MMT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한 완전고용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MMT 주창자 중 한 명인 스테파니 켈튼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캠퍼스 교수가 2016년 대선 당시 샌더스의 경제고문을 맡았으며 내년 대선에도 합류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인 대만계 사업가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18~64세 미국 국민 모두에게 연방정부가 월 1000달러를 지급할 것”이라며 “AI가 일을 많이 담당하게 되면서 사회보장을 신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IT 선진국인 미국은 AI에 대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82%가 “로봇이나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로 고용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테러나 빈부 격차에 따른 불안을 웃돈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전체 일자리의 25%가 2030년까지 자동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도 MMT를 통한 ‘복지대국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한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세금으로 확보한 재원을 학자금 대출 상환 면제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대척점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MMT에 있어서는 일맥상통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올해 2월까지 1년간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정부 부채는 22조 달러를 돌파했다. MMT 지지자들은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관리 가능하며 미국 경제는 10년째 성장세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물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등 거물들은 재정 파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MMT의 파격적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닛케이는 인구 고령화와 창업률 저하 등 미국 경제도 늙어가는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경제 활력을 다시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약하다며 MMT에서 비롯된 복지대국론은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와 포퓰리즘 색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용어설명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

최근 경제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이론으로 ‘현대화폐이론’으로도 불린다. 통화 발행 권한을 지닌 정부는 자국 통화 표시 채무 상환에 필요한 돈을 찍어서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부풀려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오면 정부 지출 억제와 증세로 제어할 수 있다고 보고 경기와 고용 확대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독려한다. 다만 서구 주류 경제학자들은 재정 파탄과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게 본다며 MMT를 ‘이단의 학설’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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