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페어 타이어’에도 구멍...믿었던 하이실리콘마저

입력 2019-06-03 12:48 수정 2019-06-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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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조치 1년 이상 지속되면 큰 위험…하이실리콘, 미국 기업서 소프트웨어·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공급받아”

▲하이실리콘의 AI 칩. 신화뉴시스
▲하이실리콘의 AI 칩. 신화뉴시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미국의 압박을 견딜 ‘스페어 타이어’로 준비해왔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사실상 화웨이와 같은 신세가 됐다.

화웨이는 그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끊겨도 반도체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왔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이 하이실리콘의 존재였다. 그러나 하이실리콘도 다른 화웨이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상무부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태여서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차세대 칩을 생산하지 못하는 등 치명적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종을 울렸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하이실리콘은 지난 2004년 설립됐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7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리서치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8% 급증한 79억 달러(약 9조3457억 원)를 기록했다. 다른 리서치 업체 가트너는 하이실리콘 매출의 약 90%가 모회사인 화웨이로부터 온다고 분석했다.

하이실리콘은 중국에서 가장 크고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업체로 꼽히고 있다. 하이실리콘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 차세대 이동통신인 5G용 기지국에 이르기까지 화웨이의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간다.

화웨이가 퀄컴과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면서 하이실리콘의 중요성은 미·중 무역 전쟁 이전부터 매우 컸다.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는 지난해 미국의 금수조치에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ZTE는 미국에 10억 달러 벌금을 내고 가까스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의 존재로 ZTE보다는 미국 기업에 덜 의존한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시된 화웨이의 고가 스마트폰 P20프로에 들어간 반도체 중 약 27%가 하이실리콘으로부터 나왔다. 미국 기업 비중은 7%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에 하이실리콘을 통한 반도체 굴기라는 화웨이 전략이 틀어질 위험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금수 조치가 단기적으로 하이실리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기술 발전에서 하이실리콘이 아예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소재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세바스티앙 허우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수조치가 1년이 지나도 해제되지 않는다면 하이실리콘은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하이실리콘은 여전히 미국 기업으로부터 소프트웨어와 지식재산권을 라이선스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반도체를 설계하기가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이실리콘은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됐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시놉시스와 카덴스디자인시스템의 최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차세대 칩을 생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들의 소프트웨어는 회로 설계도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소프트웨어하드웨워&컨설팅의 가와사키 슘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첨단 칩 개발에서 화웨이는 경쟁사보다 36개월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하이실리콘은 국제적으로 지배적인 칩 설계와 도구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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