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조금 더 과감한 전략으로 LCC(저비용항공사) 성장에 대응해 나가겠다.”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 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언급한 말이다.
대한항공의 수익성 제고와 관련해 최근 약진하고 있는 LCC에 대한 생각을 이례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12년 이상 LCC의 성장과 차별화된 전략을 지켜만 봤던 대한항공이 이제는 여기에 반응하고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그동안에는 LCC 약진을 수동적인 입장에서 관찰했다면, 이제는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의견을 나누고 검토한 결과, 앞으로는 조금 더 과감한 전략으로 공격적인 대응을 해 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조 회장이 지난 2월 제시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다.
조 회장은 수익성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의 방안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우선 최근 상속과 관련 “재원 마련 언급은 주가 반영 등을 고려하면 조심스럽지만, (상속 협의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인 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승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00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기에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어 불거진 가족간 불화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조 회장은 “선대 회장(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는 바람에 특별히 말씀은 많이 못 하셨다. 들을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아버지께서 평소에 가족 간에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가족과 많이 협의하고 있으니 잘 지켜봐달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아울러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와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KCGI는 대주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KCGI가) 개인적으로나 만나자고 연락 온 적도 없고, 만난다고 해도 주주로서 만나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영 관련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조 회장은 "아직도 주변에서 회장으로 부르면 어색하고, 옆에 아버님이 계시는 것 같다"면서 "너무 갑작스럽게 일을 당해 회사 미래를 위해 수락은 했지만, 아직도 마음이 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대 조양호 회장과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경영 철학인 '수송보국'을 받들어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경영방향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물론 시대에 맞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화해야 한다면 임원들과 논의해 변화할 것이지만, 기본 철학에는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수송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회장은 계열사인 진에어의 국토부 제재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국토부가 진에어에 요구한 사항이 있었고, 충족시켰다고 보고 있다”며 “국토부의 결정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국토부의) 의견 존중하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