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재부가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19-06-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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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 일정이 꼬여버렸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예산안 편성이 시작돼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은 추경 심의를 위한 국회 출석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병행해야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뒤늦게 추경이 처리돼도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처리가 끝내 무산되면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도 계획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수 증가세 둔화에 맞물려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각 당 원내대표를 찾아 추경 심의를 서둘러 달라고 읍소했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언론에 호소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 부총리는 국회 파행을 탓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정부의 노력이 불충분했단 의미인 동시에, 기재부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후자다. 추경은 기재부의 약해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공유차량 ‘타다’를 둘러싼 갈등에서 이해집단에 휘둘리고, 부처의 수장이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을 지낸 기업인과 ‘혁신 의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재정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이렇다 할 재정건전성 관리 대책도 없이 확장적 재정정책에 앞장서는 게 오늘날 기재부의 현주소다. 한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노믹스)에 부총리의 성(초이, Choi)이 붙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초이노믹스’ 시절처럼 기재부가 모든 경제부처의 상왕으로 군림해선 안 되겠지만, 중심마저 잃어버린 현 상황은 초이노믹스 시절만도 못하다. 오죽하면 기재부 사무관들 사이에서 “김동연 시절이 그립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온화한 선배가 왔다’며 홍 부총리를 반겼던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실무자들의 사기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금 기재부에 필요한 건 구심력과 추진력이다. 경제정책조차 주도하지 못하는 기재부의 관료들이 무슨 사기로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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