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은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중에도 중국 항공사들과 사상 최대 규모 수주 협상을 벌여왔으나 갈등이 악화하면서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보잉은 중국 항공사들과 ‘787 드림라이너’와 현재 개발 중인 최첨단 여객기인 777X 등 ‘트윈 아일(Twin-aisle·복도가 2개 있는 형태)’ 제트기 약 100대 판매를 논의해왔다. 특히 가격이 4억4220만 달러로, 보잉 여객기 기종 중에서 가장 고가인 777-9가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777-9는 777X 기종에 속하며 414명 승객을 싣고 1만3936km를 주행할 수 있는 장거리 쌍발엔진 여객기다. 이 기종은 이달 말 첫 비행이 예정돼 있다.
보잉은 지난 3월 에티오피아에서 일어난 737맥스8 여객기 추락사고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항공사들과의 계약이 성사되면 그 규모는 300억 달러(약 35조 원)를 웃돌 것으로 보여 보잉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항공사들과 수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 보잉 주가는 전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한때 최대 2.5%까지 급등하고 나서 1.2%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여전히 737맥스8 추락사고 여파로 보잉 주가는 최근 3개월간 약 18% 하락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보잉과 중국 측과의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조짐은 없으며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문제가 논의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협상을 더 진행하기 전에 자국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는 것이 논의가 정체된 주이유다.
미·중 무역 전쟁은 관세에 이어 이제는 상대방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달 화웨이테크놀로지와 그 계열사 68곳, 중국 감시카메라(CCTV) 업체 5곳 등을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정부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개인’ 목록 제도를 도입하고 화웨이 물품을 잘못 배송한 페덱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전날 포드자동차의 자국 합작법인 창안포드에 대해 반독점 위반을 이유로 1억6280만 위안(약 277억 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여전히 항공기 구매협상은 양국 모두의 국익과 부합한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중국은 2020년대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중국도 자체적으로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려면 아직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글로벌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가 필요하다.
또 보잉은 미국의 최대 수출업체이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잉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