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글로벌 무역전쟁 포화에 항복?…“본격 금리인하 논의”

입력 2019-06-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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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폭탄 포화를 맞고 예정에 없던 금리인하 논의에 돌입했다. 중국 및 멕시코와의 관세 갈등으로 촉발한 경기 침체 위기가 고조하면서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인내심을 갖겠다’던 연준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18~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어려운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FOMC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돌연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한 뒤, 30일에는 불법 이민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갑작스런 대중 관세 인상을 예고한 뒤 계속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워왔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6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20%, 7월 인하할 확률을 70% 반영했다.

시장의 이러한 인하 기대감을 차단해오던 연준 위원들은 최근 태도를 바꿨다. 특히 연준 내 핵심 3인방 중 한명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며 시장의 기대감에 더욱 불을 지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제가 변한 만큼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연준은 정책 관점의 조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하고 있다”며 “시장이 보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 역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그동안 연준 위원들이 자주 언급해왔던 ‘인내심’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금리 정책이 새로운, 그리고 더 예측 불가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파월 연준 의장과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역시 최근 무역 관련 위험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주 전만 하더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할 강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WSJ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극적으로 약화하지 않았지만, 중국 및 멕시코를 둘러싼 미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 투자 감소로 인한 고용 및 수요 둔화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 내에는 두 가지의 엇갈리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연준이 빠르게 변할 수 있는 ‘이벤트’에 선제적으로 반응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올린다고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준 것처럼 또 다른 결정으로 갑자기 경제 전망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연준 위원들은 6월 FOMC 이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각에는 연준이 과거와 달리 첫 번째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됐을 때 일찌감치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들은 현재 단기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에 들어설 경우 전처럼 수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4일 시카고에서 열린 연준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주장이 더 우세했었다.

WSJ는 한 마디로 연준은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는 위험과 너무 오래 기다리는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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