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앞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2주년 기념식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자기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 과정에 참여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유를 위해 인내와 희생이 따르고, 평등을 위해 나눔과 배려가 따르듯이,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갖추고 정치적으로 각성해야 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광장과 거리에서 들꽃처럼 피었다”며 “이제 민주주의의 씨앗은 집에, 공장에, 회사에 심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직장 동료들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아직 자라고 있다. 민주주의는 제도이기 이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며 “더 자주 실천하고 더 많이 민주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아직 허허벌판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가냘픈 꽃에 불과하다”며 “더 많이 햇볕을 받고, 때에 맞춰 물을 주어야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대화로 시작되어 대화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좋은 말을 골라 사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미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는 것도 민주주의이다”며 “공동체가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이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확산될수록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갈등과 마주한다”며 “그만큼 사회갈등에 대한 시민들의 민주적 해결 능력과 타협하는 정신이 필요하며, 이러한 능력과 정신이 성숙해질 때 우리는 포용국가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제 남영동 대공분실은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한 국가폭력의 공간에서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인정받고 존중받는 민주주의의 산실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며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시민들과 미래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6.10민주항쟁 32주년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숙연해진다면서 “그해 1월 14일, 이곳 509호에서 스물두 살 박종철 열사가 고문 끝에 숨졌다. ‘박종철을 살려내라’ 외치던 이한열 열사가 불과 5개월 뒤 모교 정문 앞에서 최루탄에 쓰러졌다”며 “두 청년의 죽음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각성시켰고 우리를 거리로 불러냈다”고 심정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영동 대공분실은 인권유린과 죽음의 공간이었지만, 32년 만에 우리는 이곳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꿔내고 있다”며 “새롭게 태어날 민주인권기념관은 단순한 기념시설을 넘어 민주주의 전당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