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시장은 죽었다...이제는 ‘IEO’가 대세

입력 2019-06-10 13:03 수정 2019-06-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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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를 거쳐 디지털 토큰 거래하는 방식…올해 5월까지 63차례 IEO 통해 6140억 자금 유치

가상화폐 시장 침체와 함께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 시장도 거의 고사(枯死) 상태인 가운데 디지털 토큰으로 돈을 모으는 새로운 방법이 나타났다.

올해 가상화폐 가격이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IEO(Initial Exchange Offering·거래소공개)’로 불리는 새로운 가상화폐 자금조달 방식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뉴욕 소재 리서치 업체 트레이드블록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총 63차례의 IEO가 시행돼 약 5억1800만 달러(약 6140억 원)의 자금이 유치됐다.

많은 스타트업이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었던 2017년과 지난해 초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이 제시한 사업모델은 거의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못했고, 그 결과 그들이 판매한 디지털 토큰 대부분이 원래 발행가격 밑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가상화폐 관계자들이 ICO의 빈 틈을 메우고자 새롭게 고안한 것이 IEO다. IEO는 ICO와 유사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중간에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토큰을 스타트업이 직접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를 거쳐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투자자들은 해당 거래소의 토큰이 있어야 한다.

IEO에서 거래소는 기업공개(IPO)에 있어서 투자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낸스는 ‘IPO 취지서’와 비슷하게 새 토큰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후 토큰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한다.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바이낸스는 IEO로 유치한 자금의 2~5%를 가져가며 디지털 코인이 시장에서 거래되면 그 수수료도 받는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에 엄격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손길을 피하고자 바이낸스와 OKEx, Huobi, KuCoin 등 해외 거래소들이 IEO를 주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IEO 옹호론자들은 새 자금조달 방식이 ICO에 대한 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들이 자신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고자 안 좋은 프로젝트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킹과 금융사기 등 ICO의 문제점이 IEO에서도 완전히 개선되지는 않았으며 거래소 자체도 규제되지 않아 IEO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떤 투자자라도 맹목적으로 거래소를 믿어서는 안 된다”며 “그러나 거래소들은 IEO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않을 인센티브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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