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조동애 과장 등이 발표한 ‘글로벌 충격이 교역조건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수요가 확대(축소)될 경우엔 교역조건이 악화(개선)되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상승(하락)했다. 이는 세계수요가 확대되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수출물가보단 수입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교역조건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경제성장률은 세계수요 확대에 힘입어 상승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이 축소(확대)될 때에도 교역조건이 개선(악화)되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하락(상승)했다. 반도체 공급이 줄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이 경우 수출물가에 영향을 줘 교역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반도체 공급 축소 원인이 세계경제 부진 등 요인이 될 수 있어 경제성장률은 되레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세계수요와 원유공급, 반도체공급에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교역조건과 국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대략 8분기(2년)에 걸쳐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순상품교역조건을 기준으로 세계 경제성장률과 두바이유가 상승률, 수출입물가 상승률, 국내 경제성장률, 실질실효환율 절상률을 변수로 했다. 분석기간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1분기(1~3월)부터 2018년 4분기까지다. 순상품교역조건이란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이다.
김용복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순상품교역조건이 악화하면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그간의 통념”이라며 “이번 분석 결과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교역조건 변동에 따른 우리 경제 움직임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내재된 근본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