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하 가능성을 열다..이주열 총재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

입력 2019-06-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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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응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있게 추진”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도 함께 고려”

“금융시장 움직임 면밀히 점검, 필요시 시장안정 대책 적극 시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은 이 총재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창립기념사를 하는 모습.(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은 이 총재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창립기념사를 하는 모습.(한국은행)

“통화정책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언급은 그간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사실상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지난달말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와 이달초 주최한 한은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까지만 해도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었다.

이같은 입장 변화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대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데다, 최근 미국 연준(Fed)에서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창립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 안타깝다.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겠다”며 “두 가지 상황이 예상보다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6월 서밋(G20회의 미중 정상회담)이 있으니 지켜봐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준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또 “정책당국은 성장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해야 한다.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4월 금통위에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 문구를 통화정책방향에서 삭제해 인상 깜빡이(신호) 끈데 이어, 5월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3년만에 금리인하 의견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당장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언급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통화정책은 지금도 완화적인 수준이다. 문구 그대로 해석해달라”면서도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향후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총재의 기념사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한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었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대한 강조도 여전했다. 그는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해 나가겠다”며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고 진단했다.

구조개혁 추진도 역설했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구조개혁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며 “신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제고, 규제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외환시장 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면서 국내외 장기금리가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주가와 환율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대외 리스크 변화와 국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시에는 시장안정을 위한 대책을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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