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안 파는 공영쇼핑 프로그램…‘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녹화장 가보니

입력 2019-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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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6-1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임명순 PD "시간이 곧 돈인 홈쇼핑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도전"

▲서분례(왼쪽) 대표와 안수지 씨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21일 방영분을 녹화하고 있다.(사진제공=공영홈쇼핑)
▲서분례(왼쪽) 대표와 안수지 씨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21일 방영분을 녹화하고 있다.(사진제공=공영홈쇼핑)

“공영쇼핑은 제 친정 같아요. 청국장을 팔 때는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고요.”

서분례(72) 서일농원 대표의 수줍은 목소리가 330㎡(100평) 가량 되는 녹화장에 울렸다. 서 대표는 정부가 지정한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2호다. 서일농원이 개발한 청국장은 공영쇼핑에서 8회 연속 생방송 매진을 기록했다. 그때마다 서 대표는 생방송에 눈물을 쏟았다.

지난 11일 서 대표를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녹화장에서 만났다.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는 TV 홈쇼핑 최초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홈쇼핑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상품에 스토리를 입혀 브랜드 파워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달 3일 첫 방송돼 이날은 21일 방송분을 녹화 중이었다.

실제 방영 시간은 10분이었지만, 이날 녹화는 리허설을 합쳐 2시간가량 진행됐다. 공연과 동시에 진행을 맡은 안수지 씨는 서 대표를 향해 “매번 생방송 때마다 매진이 되면 우시곤 하는데 왜 그러시는 거냐”고 물었다. 서 씨는 “아무리 안 울려고 해도 그냥 눈물이 나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는 중소기업 대표의 이야기를 들은 뒤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공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서 대표는 가수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신청했다. 밴드가 무대에 오르고 안수지 씨가 목을 가다듬으며 공연을 준비했다. 카메라 뒤에 있는 20명가량의 스태프들이 숨을 죽였다. 그때 메인 작가가 서 씨를 향해 “명인님, 안수지 씨가 백설희 씨처럼은 안 불러요”라고 말했다. 긴장감이 감돌았던 녹화장 분위기가 농담 한마디에 풀어졌다. 작가의 말대로 재즈 싱어인 안 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는 원곡의 구슬픔보다 재즈 특유의 세련된 느낌이 도드라졌다.

녹화를 마치고 나온 서 대표의 낯빛에는 채 가시지 않은 떨림이 묻어 있었다. 2017년 중순부터 공영쇼핑 생방송 출연을 했던 그는 이제 완연한 프로 방송인인데도 이번 녹화 방송이 남달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소감을 묻자 서 명인은 “생방송에서 못 했던 말을 차분하고, 진솔하게 다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첫 생방송의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청국장이 몸에 좋으니까 ‘집에서 만들어 드셔도 된다’고 생방송에서 말했는데, 쇼호스트가 방송이 끝나고서 ‘그렇게 말하면 안 팔린다’고 주의를 줬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다음 달이면 공영쇼핑 개국 4주년인데, 같이 성장한 느낌”이라며 “방송 전인 2016년만 해도 한해 콩 300가마니 물량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연 3000가마니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서분례 청국장은 2017~2018년 연속으로 공영쇼핑 장류 판매 1위 상품으로 꼽혔다.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프로그램은 공영쇼핑으로서는 전에 없던 과감한 시도이자 도전이다. 프라임 시간대인 금요일 밤 11시 45분에 히트 상품 방송 대신 오히려 물건을 팔지 않고, 토크와 공연으로만 방송을 채웠기 때문. 홈쇼핑 업계에서도 최초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최소로 잡아도 그 시간대에는 분당 매출이 1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출 손해를 감소하고서라도 콘텐츠 강화에 공을 들이려는 노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CJ오쇼핑에서 건너온 임호섭 방송콘텐츠본부장이 선보이는 시도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임명순 PD는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는 임 본부장의 의지와 회사의 투자가 뒷받침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홈쇼핑 방송은 시간이 돈인 셈이어서 부담이 있긴 하다”며 “수익이 1순위인 다른 홈쇼핑에서는 절대 못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가 방영되고 오전 12시부터는 프로그램에 나온 대표의 제품을 재방송으로 튼다. 임 PD는 “같은 제품이어도 그냥 재방송을 틀 때랑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바로 뒤에 재방송을 틀 때랑 매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3회 출연자였던 류금숙 아론하우스 대표다. 지난주 류 대표가 출연한 스토리 스토리 나이트 방송이 나가고 이어진 상품 판매 재방송에서 목표 판매액의 114%를 달성했다. 임 PD는 “중소기업 대표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정성을 시청자들이 보고 난 뒤 바로 판매 방송을 접하면,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대표의 진심이 전해져 매출에도 이바지하는 효과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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