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유조선 2척 피격으로 중동 ‘화약고’...미·이란 전쟁하나

입력 2019-06-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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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중재 노력에도 갈등 고조...전면전은 힘들 것

▲13일 이란 앞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진 오만해에서 유조선 한 척에 불이 붙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오만해/AP뉴시스
▲13일 이란 앞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진 오만해에서 유조선 한 척에 불이 붙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오만해/AP뉴시스
걸프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된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 고조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대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전날 유조선 공격으로 더욱 긴장이 고조된 중동 지역 리스크를 심층 분석했다.

◇ 고조된 갈등=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란핵협정은 일방적이며 재앙적인 끔찍한 협상으로 애초 체결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이 협정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 선언과 함께 그동안 중단했던 이란제재를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측 갈등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제재와 관련, 우리나라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면제’(SRE·Significant Reduction Exceptions)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고조됐다. 당시 백악관은 “이번 결정은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면서 대(對)이란 경제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각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중국·인도·이탈리아·그리스·일본·대만·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5월3일까지 6개월간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면서 연장 여부는 향후 협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란도 미국의 압박에 맞서 핵실험 일부 재개를 공식 선언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4척이 오만해상에서 공격 받았다. 이로써 걸프 해역을 둘러싼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왔다.

◇ 배후 미스터리=잇단 유조선 피격에도 공격 배후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사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만해에서 발생한 공격의 책임은 이란에 있다”며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는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의 수준, 최근 이란이 선박에 가한 유사한 공격에 기반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달 유조선 4척 피격의 배후에도 이란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아랍에미리트,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공동조사단은 지난 7일 구체적인 나라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국가 단위 주체가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란은 이런 주장을 즉각 부정하며 미국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란 내각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중동의 모든 나라는 지역 불안정을 고조시키려는 미국의 덫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공격이 중동의 불안을 일으키려는 미국의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정보기관(CIA)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걸프해와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다”라고 비난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과 관련된 화물이 실린 유조선에 대한 수상한 공격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란 최고지도자와 광범위한 협력을 논의하는 중에 일어났다“라고 의혹을 던지면서 ‘중동 대화 포럼’을 제안했다.

◇ 중재 외교 무력화=이번 유조선 피격 사건은 중동 지역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유조선 피격 발생했다. 앞서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테헤란을 방문, 핵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이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며 주변국가들의 중재 노력을 거절했다. 아베 총리와 만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과 5∼6년간 핵문제를 협상해 핵합의를 성사했지만 미국은 탈퇴해버렸다. 모든 합의를 망치는 나라와 재협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전쟁 벌어지나=트럼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을 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며칠 뒤, “이란이 전쟁을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 및 전폭기 부대를 배치했다. 당시 존 볼턴 미 안보보좌관은 “미국 이익을 해치면 가차 없는 물리력과 마주할 것”이라며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조선 4척 피격 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 1500여 명의 군인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라이언 볼 스트래트포 애널리스트는 “며칠 후면 미국이 병력을 더 보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보복 수단을 찾을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 시점에 이란과 전면적인 전쟁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WSJ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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