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뒤덮은 ‘검은 물결’…범인인도법 철회·캐리 람 사퇴 요구 200만 시위

경찰 시위 강제 해산 항의 의미로 검은 티셔츠 입어

▲홍콩에서 시민이 16일(현지시간) 범인인도법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민은 지난주 경찰의 시위 강제 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행진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 참가자가 최대 200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홍콩/EPA연합뉴스

홍콩에서 16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이하 범인인도법)’의 철회와 홍콩 지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다시 일어났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 참가자가 200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경찰 추산으로는 33만8000명이었다.

홍콩에서 구속된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한 범인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는 이번이 네 번째다. 범인인도법으로 인해 중국에 비판적인 인물이 이송 대상이 되는 등 홍콩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케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격적으로 “범인인도법 심의 기한을 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기한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민은 문제의 법안이 완전히 철회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103만 명(경찰 추산 24만 명)이 운집했던 지난 9일 시위보다 더 많은 시민이 모여 거리를 행진했다. 주최 측 발표가 맞는다면 홍콩 시민 4명 중 1명 이상이 이번 시위에 참여한 셈이다.

또 시위에 참여한 시민은 지난 12일 정부가 학생들의 도로 점거에 대해 최루탄과 고무탄환 등을 써서 강제로 해산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티셔츠를 입어 홍콩 주요 도로가 검은 물결로 뒤덮였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케리 람 행정장관이 경찰의 행위가 지나치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전날 밤 정부 청사 인근의 한 쇼핑몰에서 홀로 시위를 벌이던 중 추락사한 한 남성을 애도하는 목소리도 퍼졌다. 많은 시민이 조의를 나타내는 흰 리본을 가슴에 달았으며 사고 현장에 꽃과 촛불, 편지 등을 놓았다.

케리 람 장관은 이날 시위가 시작된 지 7시간 만인 오후 8시 반 성명에서 “해당 법안을 잘못 처리한 사실에 사과한다”며 “신실하고 겸손하게 비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범인인도법에 대한 논의 재개 일정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법을 철회하거나 자신이 사퇴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1시 행진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여전히 일부 시위대는 거리에 남아 밤새 노래를 부르며 시위했다.

지난주 강제 진압 파문을 염두에 둔 듯 홍콩 경찰들은 이번에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