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 시스템반도체 승부수…"대형 M&A도 가능"

입력 2019-06-18 14:46 수정 2019-06-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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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조원 NPU 시장 정조준…시스템 반도체가 삼성 10년 명운 가른다

삼성전자의 초격차(超格差) 시곗바늘은 10년 뒤인 2030년을 가리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 2030년 비메모리 분야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이재용 부회장은 전자계열 관계사 사장단을 잇따라 소집한 자리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경영진과 2주 만에 다시 간담회를 가지며, ‘반도체 비전 2030’을 점검했다.

삼성전자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이후 약 10년 단위로 변곡점을 지나왔다.

2002년 낸드 플래시 메모리 1위, 반도체 2위에 오르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왕좌에 올랐다. 2010년에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전자회사에 등극했고,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타이틀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정조준한 향후 10년 새 성장동력은 시스템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첨단 제품들이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스템 반도체가 없이는 이런 인간의 영역을 구현할 수가 없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공개한 업계 최초 6400만 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도 ‘AI의 눈’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인력을 대폭 확충해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은 ‘AI의 뇌’에 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NPU는 AI의 핵심인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사람의 신경계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통해 학습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의 한 분야로 수천 개 이상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병렬 컴퓨팅 기술이 요구된다.

NPU는 이러한 대규모 병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모바일 AP 엑시노스9(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모바일 AP 엑시노스9(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NPU가 AI 시대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은 “NPU는 반도체 비전 2030의 원대한 계획 중 하나”라며 “처음 컴퓨팅은 CPU(중앙처리장치)로 시작해 그래픽이 중요해지면서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등장했다. 새로운 AI 시대에는 NPU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인 NPU 기술 육성을 위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연구 기관 및 국내 대학들과의 지속 협력을 확대하고, 핵심 인재 발굴 등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2년부터 딥러닝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전세계 AI 학계와 협업을 추진, 2014년부터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와 협업해 왔다. 2016년 종합기술원에서 NPU 과제에 착수했으며, 시스템 LSI사업부에서 NPU 전담조직을 결성했다.

2017년부터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를 통해 국내 대학들과도 AI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세대 NPU를 장착한 프로세서 엑시노스9(9820)을 출시했다.

올해 들어서는 2세대 NPU와 전장용 NPU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3세대 NPU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종합기술원 몬트리올 AI랩’을 딥러닝 전문 연구기관인 캐나다 밀라연구소로 확장 이전하며,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주축으로 몬트리올대, 맥길대 연구진 등과 협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포함 해외 7개국에서 전문 NPU HW(하드웨어) 및 SW(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의 성공을 위해 인수합병(M&A) 가능성도 활짝 열어두고 있다.

강인엽 사장은 “이 사업에서 단독으로 1등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M&A는 전략적으로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위주로 할 수 있다. 최근 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며 “필요하다면 대형 M&A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NPU가 탑재된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43억 달러(약 5조1000억 원)로, 매년 52%씩 성장해 2023년에는 343억 달러(약 40조67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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