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폭염 청구서' 시름 덜었지만 '적자전환' 한전, 경영악화 불가피

입력 2019-06-19 10:30 수정 2019-06-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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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년 만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한다. 기존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지난해 시행했던 여름철 누진제 확대를 상시화해 할인 혜택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다만 전력 판매사인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악화는 새로운 과제로 남게 됐다.

◇수혜 가구 확대에 초점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18일 누진 구간을 넓혀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을 상시화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정부와 한전에 제시했다. 한전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전기요금 공급 약관을 개정하고 정부가 이를 인가하면 2016년 이후 3년 만에 누진제 체제 개편이 마무리 된다.

정부가 누진제 개편에 나선 것은 여름마다 반복되는 ‘요금 폭탄’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다. 지난 여름에도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크다는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산업용이나 상업용 전기와 달리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한 데 이어 그해 연말 누진제 체제를 재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더위가 심했던 2016년에도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TF가 앞서 내놓은 세 가지 개편안(하계 누진 구간 확대·하계 누진제 간소화·누진제 폐지) 중 누진 구간 확대를 선택한 것은 가장 정치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누진 구간 확대안은 할인 폭(지난해 2847억 원)은 세 가지 안 중 중간이지만, 수혜 가구(1629만 가구)가 가장 많다. 반면 한전의 의견 수렴 게시판에선 누진제 폐지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부담 때문에 최종 권고안에서 제외됐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를 관리할 수 있는 안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이번 권고안이 기존 제도 틀 안에서 구간만 조정했다는 점에서 누진제 개편·폐지 요구는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한전, 전기 판매 수익 2800억 감소 우려

누진제 개편으로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은 줄었지만, 한전의 경영 환경은 더 나빠졌다. 전기요금 할인 폭만큼 한전의 전력 판매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TF 분석에 따르면, 이번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 수익은 2536억~284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여름에도 누진제 완화로 3587억 원의 손실을 봤다.

공은 정부가 챙기고 부담은 한전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이달 초 열린 누진제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재무환경과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지는 것에 대해 (이사진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부담을 해소하려면 누진제 개편이 전기요금 체계의 전반적인 정비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 본부장 역시 11일 공청회에서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기요금의 원가 구성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정부에 전력 정책 개선을 압박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누진제 완화는 국민 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누진제 완화 부담을 한전이 져야 하는데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 아니냐. 탈원전, 환경급전 등 한전의 경영 여건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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