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의 절반 이상이 매일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5명 중 1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등의 폐질환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50대 이상 택시기사 159명을 대상으로 호흡기내과 전문의 진료, 흉부 X-선 및 폐기능 검사와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50세 이상 택시기사 159명(남 157명, 여 2명)의 평균 나이는 66.2세, 평균 근속년수는 19년이었으며, 주당 근무일수는 4~5일, 일일 근무시간은 10~12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택시기사 159명 중 17.6%(28명)에서 폐질환 의심 소견을 보였다.
폐질환 의심 소견이 발견된 택시기사 28명 중 11명인 39.2%가 COPD가 의심되는 상태였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 먼지, 가스 등의 원인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파괴되고 기관지 끝인 폐포가 망가지면서 서서히 폐 기능이 떨어져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병이다. 또 천식과 폐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된 택시기사도 각각 4명(14.3%)으로 정밀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호흡기 검사와 함께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택시기사 159명 중 103명(65%)이 평소에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64명(62%)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이러한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
현재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한 적이 있는 112명의 택시기사들 중 71명(63.4%)이 평소에 호흡기증상이 나타난다고 했고, 이 중 44명(62%)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호흡기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답했다.
한 번도 흡연을 한 적이 없는 비흡연자 47명 중에도 평소에 호흡기증상이 있다고 답한 택시기사가 32명(68%)이였으며, 이 중 20명(62.5%)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답해 흡연자과 비흡연자 간의 증상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평소에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없는 택시기사 56명 중에도 11명(20%)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숨이 차거나, 가래가 나오고, 기침이 나오는 등 호흡기증상이 나타난다고 답했다.
이번 택시기사들의 진료를 담당한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운전을 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한 폐질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며 “평소 심호흡, 상체 근력운동과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호흡근육을 강화하고, 오래 지속되는 감기나 만성기침 등을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과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연구팀은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경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외부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항상 내부순환 버튼을 켜도록 하며, 차 안에 있더라도 가급적 미세먼지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당부했다. 그 밖에 운전 후에는 집에 가서 손과 얼굴 등을 깨끗이 씻어내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 같은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응급약을 상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