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안나 카레니나①] 김소현 "여성 연출가와 평생 잊지 못할 연습 했죠"

입력 2019-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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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3대 소설 '안나 카레니나' 지난해 초연 이어 재연

▲브론스키의 경마 경기를 보며 안나 카레니나는 자신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이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김소현 씨.(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브론스키의 경마 경기를 보며 안나 카레니나는 자신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이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김소현 씨.(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가 '안나 카레니나'를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안나의 내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도 몰랐죠. 같은 여성인 알리나 체비크 연출가를 만나 제 안에 있는 모든 걸 끄집어낼 수 있었어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소설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가 1년여 만에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전 세계 라이선스 초연으로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뮤지컬은 '러시아 뮤지컬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9만 명 이상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였다.

러시아 고위 관료와 정략 결혼한 안나 카레니나는 우연히 만난 청년 장교 브론스키와 불꽃 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가정 대신 사랑과 자유를 선택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모습이 제각기 다르게 마련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이렇게 시작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안나 카레니나 역을 맡게 된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를 만났다. 김 씨에게도 '안나 카레니나'는 도전이었다.

"대본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정말 도전하고 싶다. 변신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렇게 자신감이 머리끝까지 있는 상태에서 연습에 들어갔는데, 연습하면서 그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거죠. 뮤지컬 특성상 먼 거리에 있는 관객한테까지 제 표현을 다 보여드릴 수 없어요. 그게 굉장한 벽으로 부딪히더라고요. 연습을 거듭하고 공연을 계속하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점점 안나를 가까이하고 있어요."

'안나 카레니나'는 문학과 예술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유명 뮤지컬 프로덕션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의 세 번째 작품이다. 유명 시인이자 극작가인 율리킴이 대본과 가사를 썼고, 작곡가 로만 이그나티예브와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가 의기투합했다.

보통 공연 전체를 실전처럼 하는 '런스루'를 2주 남겨 놓고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달랐다. 연습과정, 연출이 기존 뮤지컬과는 180도 달랐다. 자리 위치를 비롯한 기본적인 설정도 모두 없앴다. 알리나 연출은 온몸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무한 서포트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찾아가야 했어요. 남산 연습실의 맨바닥에서 세트 없이 며칠 동안 연습했어요. 알리나 연출은 끝도 없이 노래와 연기를 시켰어요. 현기증까지 나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연습이었어요. '나한테 왜 이러시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공연 개막 일주일 남겨둔 상태였는데, 벅차고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점점 안나와 안나의 삶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더라고요. 알리나가 저를 깨준 거죠."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김 씨는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안나 카레니나' 영화, 뮤지컬, 논문을 모두 찾아봤다.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안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걸 느끼고, 자유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야 하지만, '불륜'에 가려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간 수많은 작품을 했어도 곧잘 작품 밖으로 빠져나왔던 김 씨마저도 잠도 잘 못 자고 식사까지 힘들어질 정도로 안나에 몰입했다고.

"'김소현이 안나를 한다고?'라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고민했지만, 저한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안나 카레니나'를 본 관객들이 저와 함께 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각자 처한 삶과 인생이 다르잖아요. 안나처럼 살고 싶어도 못 사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제가 경험한 안나의 '자유와 행복'이 관객에게도 전달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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