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韓 통상·안보 환경, 조선말 개화기 같아…美동맹 굳건해야”

입력 2019-06-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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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경련 '미국 전 하원의원단 초청 한미 통상 및 안보 현안 좌담회' 개최

“오늘날 한국을 둘러싼 상황이 조선말 개화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경제와 안보 모든 면에서 많은 지성의 혜안은 물론, 이럴 때일수록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합니다.”

허창수<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0일 마조리 마골리스 의원 등 미국 전직 하원의원단과 만나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북미대화 교착 등 우리나라의 통상·안보환경이 위중하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경제·안보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경련과 김창준미래한미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미국 전 하원의원단 초청 한미 통상 및 안보 현안 좌담회’에서 허 회장은 우리 기업들의 위기감을 이 같이 대변하며 한미동맹의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1인당 GDP 79달러의 작은 나라가 오늘날 3만 달러 국가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이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기업을 대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93.4%가 한국 경제와 개별 기업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중간재 중심 대중(對中) 수출 악화(58.2%)를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그 여파가 내년 미국 대선 전까지 지속될 것(67.4%)이라 전망했다.

특히 이날 좌담회의 통상 세션에서는 화웨이 사태와 같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 등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최근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제재 동참을 강력히 요구하자 한화테크윈이 화웨이 시스템 반도체 물량을 줄이는 등 우리 기업들은 주요 무역국인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통상 세션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에 모두 경제적 손해를 끼치고 있고 이달 말 G20서밋에서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섞인 주장도 제기됐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이 중국의 과도한 대미 무역 흑자에서 시작해서 기술 패권 경쟁으로 가고 있다”며 이달 말 G20 서밋에서 양국 쟁점사항이 일부 논의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박 원장은 경제적 영향 측면을 살펴봤을 때 “미중 무역전쟁은 미중 양국에 모두 손해이며, 한국 역시 중국 진출 기업 및 대중수출을 중심으로 타격이 우려된다”며 “한국과 미국은 국제규범을 중시하는 글로벌 무역체제를 재건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진행된 안보 세션에서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주미대사)은 주제 발표를 통해 하노이 회담을 기준으로 비핵화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안 총장은 “하노이 이전에는 평창올림픽, 싱가포르 회담의 진전을 기초로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스탠포드대 연설에서 시사한대로 비핵화 로드맵 마련이 진행되는 듯 싶었으나, 하노이에서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며 “하향식 의사결정(Top-down)으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든 것은 좋으나, 이제는 실무자 간 논의를 통한 상향식 의사결정(Bottom-up)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조리 마골리스 전 의원의 모더레이팅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에 대해 논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을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하는데 효과적이었으나,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및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협상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정의(definition)을 이끌어 내지 못하며 향후 협상 결과에 치명적 영향을 줬다”고 지적하며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한미 정상이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우리기업과 현직 미국 상·하원의원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방한한 전직 하원의원단은 워싱턴의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정계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며 “오늘 논의된 통상 및 안보 좌담회를 통해 양국의 인식이 공유되고, 한국기업의 입장이 잘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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