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완전히 돌변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인내심’을 버리고 완전히 비둘기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확실시하고 있다.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 2.25~2.50% 수준에서 동결하는 한편, 향후 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고 노동시장도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확실성과 미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해 경제 전망을 위한 정보를 면밀히 관찰하고,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부터 FOMC 성명에 반영됐던 ‘인내심’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그 대신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인 전망은 여전히 우호적”이라면서도 “지난번 회의 이후 경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실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FOMC 참석자들은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하면서 향후 실물경기 둔화 폭에 따라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풀이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회의 결과 발표 때만 해도 “금리를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여야할 강력한 근거를 보지 못했다”며 “현 정책 기조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일축한 바 있다.
2015년 ‘제로(0)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연준은 지난해에만 네 차례 금리를 올렸다. 올해 초부터는 기존의 ‘점진적 추가 금리인상’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인내심’을 강조하며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다.
금리 동결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던 파월이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한 데는 글로벌 무역갈등이 가장 큰 변수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강조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자 파월이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에서 지속적인 역류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며 “그런 역류 현상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FOMC 성명에서 ‘불확실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준은 그동안 ‘탄탄한(solid)’ 상황으로 평가했던 경제활동을 ‘완만한(moderate)’ 수준으로 수정했다.
일단 연준은 이달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지켜본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기로 한 만큼, 두 정상의 무역 담판을 지켜보고 금리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망했다.
시장은 7월 인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7월 말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한꺼번에 0.50%포인트를 인하할 가능성도 3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