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벌어도 이자 못갚는 기업·자영업자 급증

입력 2019-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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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3곳이 돈을 벌어 대출이자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경영이 악화했던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의 내용이다.

한은은 작년 외부감사 공시 2만121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전체의 32.1%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16년 28.4%였으나, 2017년 29.7%, 작년 30%대를 넘어섰다.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고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라는 뜻이다. 이미 3년째 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퇴출돼야 할 한계기업도 14.1%에 이르렀다. 이 비율은 2009년 8.2%에서 2014년 10.6%였으나 계속 늘고 있다.

좀비기업은 경쟁력 추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조선(54.9%)과 자동차(37.9%), 시장규제가 집중된 부동산(42.7%),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큰 숙박음식(57.7%) 업종에서 특히 많았다. 한은은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할 경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37.5%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자영업 부채가 경제 뇌관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는 1분기 말 1540조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 늘었다. 증가속도는 둔화했지만,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 대출의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분기 말 636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빌린 기업부채 규모이고, 실제 가계부채인 개인대출은 훨씬 많다. 한은은 최저임금 영향이 큰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됐음을 경고했다. 도소매업 소득대비 대출비율(LTI)은 2017년 239.4%에서 작년 294.4%로, 숙박음식업은 222.1%에서 255.3%로 급격히 높아졌다. 건전성이 위협받는 수준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연체율도 작년 4분기 0.32% 수준에서 올해 1분기 0.38%로 높아졌다.

금융안정보고서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경영은 한계선상에 내몰리고,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자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결국 경제 혈맥인 금융까지 흔들릴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총체적인 불안이다. 기업 부실화는 투자와 고용의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금융 혼란을 야기하고 결국 성장을 후퇴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경기부양이 시급하다. 하지만 경제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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