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전 이사회 '여름철 전기료 인하 누진제' 제동…7월 시행 불투명

입력 2019-06-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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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추가 논의 필요 판단…배임 가능성도 제기"

최근 '민관합동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에서 최종 권고한 여름철(7~8월) 누진 구간 확대 개편안이 한국전력 이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7월부터 누진제를 완화해 시행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한전은 21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안건을 상정했지만 이사진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의결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은 "이사회 논의 결과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기본공급약관개정안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하고 조만간 다시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TF는 18일 3가지 누진제 개편안 가운데 여름철 누진 구간을 확장해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1안(누진구간 확대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내놓았다.

누진구간 확대안이 최종 확정되면 1629만 가구가 매년 여름철에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 혜택을 받지만 한전은 2000억~3000억 원의 할인분을 감당해야 한다.

이사회에서 의결을 보류한 것은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한전의 경영실적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탈원전·탈석탄) 여파로 지난해 영업손실 2080억 원(연결기준)을 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29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누진제 개편으로 매년 3000억 원의 추가 비용까지 떠안게 되면 한전의 경영실적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한전 소액주주들이 개편안이 의결될 경우 한전 경영진에 대해 추가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와 배임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에 나선 것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사회 한 참석자는 “한전은 '시장형' 공기업이기 때문에 공공성만 내세울 수는 없다”며 “이사회에서 최근 로펌을 통해 확인한 경영진 배임 가능성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를 공유했고 배임 여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개정안 의결 보류가 재정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최근 올해 누진제 완화로 인한 손실에 대해선 일부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확실히 보장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철 한시 누진제 완화로 한전이 3587억 원의 비용을 떠안았다. 당시 예산안에 손실액 보전을 반영했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결국 정부가 예비비로 353억 원만을 보전해줬다.

이날 개편안이 보류되면서 내달부터 누진제를 완화해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추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의결만 된다면 내달부터 시행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한전 의사결정 절차를 존중하고 최대한 협의해 계획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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