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은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인하를 공식 주장한 조동철 위원과 사실상 금리인하 입장을 밝힌 신인석 추정 위원은 저금리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립과 매파(통화긴축)적 성향의 위원들과 한은 집행부는 신중론을 폈다.
논쟁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의사록은 통상 한 위원의 의견을 다 기술한 후 다음 위원의 의견을 적는 방식으로 기술돼 왔다. 반면, 이번 토론에서는 중간에 의견을 반박하거나 지적하는 상황이 세 번이나 있었다. 아예 없던 상황은 아니나 이례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물가안정은 통화정책의 기본책무이며 △학계의 주류 견해라는 점 △낮은 인플레는 유동성함정 내지 제로금리하한(ZLB·Zero Lower Bound)에 진입할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조동철 추정 위원은 낮은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상대가격 교란 △노동시장 조정비용 상승에 따른 자원배분 효율성 저하 △디플레이션 악순환 △유동성함정과 ZLB 고착 위험을 꼽았다. 그는 이어 금리조정 외에도 다른 여타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추정 위원은 “기준금리 조정 여지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확고한 정책목표 및 정책의지 제시, 투명한 소통도구 개발, 유사시 활용 가능한 새로운 정책수단 개발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인석 추정 위원은 “통화정책적 대응에 있어 적극적 대응 견해가 여전히 학계의 컨센서스”라며 “저금리에 따른 자금배분의 비효율성 못지않게 목표수준을 하회하는 저인플레이션의 지속이 초래할 수 있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도 작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기준금리와 최근의 근원물가 상승률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기준금리와 물가가 거의 일대일의 관계”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들의 의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위원들은 중간중간 이를 반박했다. 실제 한 위원은 “장기적으로 물가가 중앙은행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동안 물가가 목표수준을 밑돌았던 데에는 공급 및 구조적 요인의 영향력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한 위원은 “학계의 주류 견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책 입안자의 관점과는 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측에서는 △구조적 요인에 상당부문 기인한다는 점 △추가 완화는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 위원은 “경제현상의 틀이 바뀌는 국면에서는 기존에 정립된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불균형에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며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한 모든 중앙은행이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다소 지나치다”고 말했다.
또 한 위원은 “저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 문제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며 “당행의 지난 통화정책을 돌이켜 보면 비기축통화국으로서 ZLB보다 조금 높은 양(+)의 실효금리하한(ELB·Effective Lower Bound)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행했다. 만약 기준금리를 더 낮게 가져갔거나 선진국처럼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활용했다면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 상당히 높아져서 목표수준에 근접해 있을지, 가계부채나 금융불균형 문제는 얼마나 더 심해졌을지 등을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중립입장 위원들 역시 신중론에 동조했다. 한 위원은 “최근 기조적 물가 흐름과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객관적 관점에서 세부 주제별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ZLB에 계속 고착돼 있는 이유가 이들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금융시스템 또는 제로금리정책 시행방식의 차이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은 집행부도 “중기적 물가흐름의 목표수준 또는 전망경로 부합 여부, 신용·자산가격·자본유출입 등과 관련된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