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만병통치약 아니다?...미국發 금융시장 혼란

입력 2019-06-23 13:56 수정 2019-06-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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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권 금리 하락·글로벌 증시 약세…국제유가·금값은 급등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연준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고조로 시장이 요동쳤을 때 ‘전가의 보도’처럼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어 시장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인내심(Patience)’를 삭제하면서 7월 금리인하 신호를 확실하게 보냈지만 오히려 시장은 이번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지적했다.

뉴욕증시는 21일(현지시간) 장 초반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면서 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이 각각 0.13%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4% 떨어졌다.

같은 날 아시아와 유럽증시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가 0.26%,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가 0.95% 각각 하락했으며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0.26% 떨어졌다. 범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0.36% 밀렸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만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기대감에 0.49% 올랐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이미 시장에 크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화 약세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2016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 밑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질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또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서 채권 가격이 오르면 하락한다.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적인 시장 중 하나이며 경제적 또는 기타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커다란 안전 피난처가 된다. 최근 이란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조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소비자들도 모기지 금리가 떨어져 소비 부담이 완화한다. 그러나 저금리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된다.

마크 오츠왈드 ADM인베스터서비시스 투자전략가는 “금리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2.0% 수준은 수익성 확보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답이 될 수는 없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는 연준의 금리인하 시사에 약세를 보였다. 지난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1.3% 떨어져 주간 기준으로 2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국제유가와 금값은 급등했다.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움직임과 더불어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와 금값을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미국 등 전 세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21일에 전일 대비 5.4% 급등한 배럴당 56.65달러로, 올 들어 일일 기준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지난주 WTI는 9% 이상 올라 주간 기준으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금값은 지난주 약 4% 올라 2013년 8월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달러화 약세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에 자금이 급격히 유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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