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논리로 원점 돌아간 동남권 신공항

입력 2019-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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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부산·울산·경남의 3개 시·도지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해신공항 검증을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고, 그 결정에 따르기로 전격 합의했다. 국토부가 원래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합리적 절차를 거쳐 이미 결정된 대형 국책과제의 추진 방향을 정치논리로 바꾸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다시 부·울·경과 대구·경북 간 첨예한 지역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동남권 신공항이 장기 표류할 공산도 커졌다. 신공항은 16년 전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때 검토가 시작됐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유력 후보지였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다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재추진키로 하면서 부·울·경과 대구·경북이 충돌했다. 결국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 활주로를 늘려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신공항 용역을 맡은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밀양과 가덕도 모두 부적합하고,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 결정에 관련 5개 광역단체장들도 승복했다. 그런데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단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이 소음과 안전, 경제성 및 확장성 부족, 환경훼손 등의 문제가 크고, 24시간 운영돼야 하는 관문공항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논란을 부추겼다. 문 대통령은 2월 영남권 5개 지자체의 뜻이 합치되지 않으면 총리실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그동안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없다며, 올 상반기 중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해 2026년까지 건설을 마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정치적 이해에 휘둘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장 국토부와의 합의에서 배제된 대구·경북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영남권을 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역 여당 출신 김부겸 의원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합의를 깨면 엄청난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총리실에서 신공항 타당성을 재검증한다지만, 어떤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론이 어떻게 내려지든 심한 혼란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를 피하기 어렵다.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지역이기주의와 정치논리로 표류한다면 정책 신뢰성 손상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대립과 국론의 소모적 분열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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