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등 한국 컨소시엄은 23일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 에너지(Nawah Energy)와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맺었다. 2009년 수주 계약을 체결한 바라카 원전은 한국 최초의 수출 원전이다. 올 초 시작된 정비사업계약 수주전에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을 포함해 두산중공업, 미국 얼라이드파워가 뛰어들었다.
이번 계약에서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은 5년간 바라카 원전 네 기와 원전 주변기기에 대한 시험, 진단, 검사, 부품 교체 등 정비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리 감독관 등 정비 인력도 한수원 측에서 파견해 정비계획 수립 등을 맡을 예정이다.
이날 두산중공업도 나와와 정비사업계약(MSA)을 수주했다. 계약 기간은 역시 5년으로, 두산중공업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 원전 주기기를 중심으로 정비를 맡는다.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은 올해부터 바라카 원전 1호기 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바라카 1호기는 UAE 원자력안전규제청(FANR)의 허가를 받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연료 장전을 마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은 원전 건설계약과 운영지원계약(OSSA)에 이어 정비사업계약까지 원전 전(全) 주기에 걸친 주요 계약을 모두 따내게 됐다. 특히 OSSA와 정비사업계약은 원전 운영과 직접 연관된 핵심 계약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곡절이 있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원전 업계 안팎에선 한전KPS가 수의계약으로 10~15년 기간의 장기정비계약(LTMA)을 따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바라카 원전 핵심인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정비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초 한전KPS와 계약 조건에 이견을 빚은 나와가 LTMA 입찰 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우리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영국 두산밥콕과, 미국 얼라이드파워가 경쟁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한수원이 한전KPS의 컨소시엄 파트너로 들어왔다. 여기에 올 1분기 발표 예정이던 사업자 선정이 미뤄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으로 해외 원전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에 LTMA가 LTMSA와 MSA로 변경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나란히 수주에 성공했지만 계약의 실속은 애초 기대보다 줄어들게 됐다. 계약 기간이 전망보다 절반 내지 3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LTMA 사업 규모를 2조~3조 원으로 추산했지만, 계약 기간은 줄고 사업자는 늘어나면서 사업 수익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다만 나와 측에선 계약 금액에 관해 "향후 나와에서 발행할 역무 지시서에 따라 산정될 것이므로 현재는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 5년이 지나면 계약 갱신을 위해 다시 수주전을 벌여야 하는 부담도 남아있다.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나와 등 UAE의 입김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과 한전KPS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원전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고위직을 포함한 우수한 기술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며 현지화 전략을 통해 UAE가 성공적으로 원전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