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고마워요, 트럼프!”라는 절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자로서 일거리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트남은 2017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2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베트남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 중국 관세 폭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조업체, 구매업체,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 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베트남 뿐 아니라 대만, 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도 반사익을 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베트남 직접투자 규모는 180억 달러(약 20조 8332억 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58%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과의 거래 규모도 급증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올해 1~4월 미국의 베트남에서의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이는 대미 수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13%나 감소해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품은 직물을 비롯해 해산물,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매겨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베트남산 휴대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7% 감소했다. 또 미국의 베트남산 컴퓨터 수입은 79% 증가했지만 중국산은 13% 감소했다.
베트남 최대 새우 생산업체 민 푸 씨푸드의 레 반 쾅 최고경영자(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3년 간 베트남 GDP가 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와다 야스유키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제품과 같은 상품을 베트남이 판매하고 있다”며 베트남에 수혜가 집중되는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