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격인 국제결제은행(BIS)이 글로벌 IT 대기업의 금융 산업 진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IS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페이스북 등 IT 대기업들이 데이터를 무기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단숨에 지배적인 지위를 확립, 이런 경쟁과 금융안정성은 물론 사회복지에 잠재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페이스북과 아마존닷컴,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 IT 대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가 위와 같은 ‘새로운 난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 세계 규제당국이 이커머스 사이트나 소셜미디어 같은 ‘핵심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를 관리하기 위한 새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T 대기업들은 이미 결제와 자금관리, 보험 등 금융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상태다.
아마존은 이미 사용자들이 예금계좌와 비슷하게 사이버머니를 충전한 뒤 제품 구매 등에 쓸 수 있는 아마존캐시와 자체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페이, 소상공인 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금융서비스업체 앤트파이낸셜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18일 자체 개발 가상화폐 ‘리브라(Libra)’를 공개하자 전 세계 은행들과 금융당국의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페이스북은 은행 계좌가 없는 세계 17억 명의 이용자들에게 리브라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BIS 보고서는 페이스북 IT 대기업의 진출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을 인정했다. 이들 기업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금융서비스 장벽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송금하거나 결제할 수 있으며 고위험 대출을 더 적은 담보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 오남용으로 경제와 사회적인 측면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고위험 소비자 계층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거나 대출 시 차별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주요 7개국(G7)과 중앙은행들, 국제통화기금(IMF)은 공동으로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가상화폐가 돈세탁 등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위급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FT는 전했다.
BIS는 거대 IT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금융규제는 물론 경쟁정책과 데이터 보호 등 여러 방면에서 포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