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미친 바라카 원전 정비계약…'쪼개기 계약'으로 수익성 하락에 계약 갱신 부담도

입력 2019-06-24 16:33 수정 2019-06-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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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범위ㆍ계약 기간 기대 못 미쳐

한국 원전 업계가 곡절 끝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의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미국 업체의 도전에 맞서 정비 사업권을 지켜낸 것은 성과지만 사업 수익 축소와 계약 갱신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건설·운영지원 사업이어 정비 사업까지 확보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은 23일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 에너지(Nawah Energy)와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은 5년간 시험, 진단, 부품 교체 등 바라카 원전의 정비 사업권을 얻어냈다. 이날 두산중공업 역시 나와 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MSA)을 맺고 원자로 등 원전 주기기 정비를 맡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 원전 업계는 2009년과 2016년 각각 바라카 원전 건설권과 운영지원계약(OSSA)을 따낸 데 이어 정비 사업권까지 확보했다. 특히 정비 사업은 원전 사업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계약 기간 대비 사업 수익이 운영지원계약의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수의계약→경쟁계약→분할계약’ 계약 방식 두 차례 변경

이번 수주전이 쉬운 싸움은 아니었다. UAE에서 두 차례 계약 방식을 바꾸며 한국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곡절이 있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원전 업계 안팎에선 한전KPS가 수의계약으로 10~15년 기간의 장기정비계약(LTMA)을 따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바라카 원전 핵심인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정비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초 한전KPS와 계약 조건에 이견을 빚은 나와가 LTMA 입찰 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우리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영국 두산밥콕과, 미국 얼라이드파워가 경쟁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한수원이 한전KPS의 컨소시엄 파트너로 들어왔다. 여기에 올 1분기 발표 예정이던 사업자 선정이 미뤄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으로 해외 원전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다행히 미국 업체의 도전을 떨쳐 내면서 정부와 한수원 등은 정책적 부담을 덜게 됐다. 나와 측 역시 계약 지연 이유에 관해 “나와의 의사 결정 과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수익 축소·계약 갱신은 새로운 부담

다만 계약 방식 변경으로 인한 사업 수익성 악화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다. LTMA가 LTMSA, MSA로 변경되면서 사업 기간은 짧아지고 사업권자는 많아졌기 때문이다. 애초 한수원 등은 LTMA를 단독 수주하면 10~15년간 2조~3조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LTMSA, MSA에서는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한국 기업과 나와 간 작업 단가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계약 갱신도 숙제로 남았다. 계약 기간 5년이 지나면 다시 수주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UAE의 입김이 커지는 것이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단독 계약에 실패해 쪼개기 계약으로 끝났고, 정보 공유로 기술 노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UAE와의 원전 사업이 파트너 관계에서 용역 관계로 변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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