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들이 최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잇따라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지난주 이란이 미군 드론(무인항공기)을 격추하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이 페르시아만 영공을 우회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지난 21일 자국 항공사들에 페르시아만과 오만 영공에서의 비행을 금지한다고 지시하면서 중동과 유럽, 아시아 항공사들도 해당 영공을 우회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FAA는 성명에서 “해당 지역에서 군사 활동이 강화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환경은 부주의한 계산 착오나 오인 등의 형태로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0일부터 호르무즈해협과 오만만을 우회했는데 FAA의 조언에 따라 대상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루프트한자는 “항공경로 우회로 유럽과 인도 간 비행시간이 약간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KLM과 에어프랑스, 브리티시항공, 싱가포르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등도 항공경로를 우회하고 있다.
두바이 소재 에미리트항공과 우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지역 항공사들도 호르무즈해협과 오만만 상공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운항노선이 많은 공역이 막히면서 항공교통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 대부분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대 국제 허브공항 이외에도 아부다비와 카타르 수도 도하의 주요 공항에서 환승한다.
항공당국과 항공사들은 5년 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러시아계 반군에 의해 격추되고 나서 분쟁 지역 인근 비행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일어난 피습 여파로 중동-극동 항로 유조선 운임이 1주일 만에 두 배 뛰었다. 선주들이 위험을 피하고자 중동행 계약을 꺼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수송일수가 긴 미국산이나 서아프리카산 등 대체 수요가 늘어나면 운임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유조선 운임지수인 월드스케일(WS)에 따르면 중동-극동 항로 운임지수는 지난 주말 50 전후로 뛰었다. 이를 용선 비용으로 환산하면 하루 2만5000달러(약 2886만 원) 안팎으로 유조선 공격이 있기 직전인 12일에 비해 두 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