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환의 Aim High] 약빨고 쓴 칼럼(ft. 미쳐버린 부장놈)

입력 2019-06-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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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장

“타노스가 온다고. 타노스가!”(헐크) “그놈이 그렇게 쎄요?”(비전) “토르랑 헐크가 ㅈㄴ 아무것도 못하고 처맞았어.”(헐크) “말 ㅈㄴ 심하네.”(비전) “방법은 있나?”(캡틴아메리카) “딱 하나야. 스톤을 파괴하는 거.”(헐크) “어벤져스2에선 못 부순다며? 설정충돌이야.”(블랙위도우) “우린 마블이야. 어차피 돈 내고 본다고.”(헐크) “늬예 늬예, 그러시겠죠.”(비전) “모든 사람이 동의했으니 마인드스톤을 부수자.”(캡틴아메리카) “저 동의 안 했는데요?”(비전) “모든 ‘사람’이.”(캡틴아메리카) “개ㅅㄲ, 맙소사.”(비전)” “억울하면 인간 하든가.”(캡틴아메리카)

<어벤져스: 인피티니워> ‘약빤 자막 에디션’의 일부다. ‘미쳐버린 자막’으로도 불리는 ‘B급 문화’, 혹은 ‘병맛 콘텐츠’의 한 종류다.

비속어를 비속어로 써놓지 못하고, 아는 사람 다 아는 ‘약빤’을 신조어인 양 써놓은 것은 엄금진 신문윤리위원회 규정을 준수하는 척하느라….(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요즘 핫한 이런 콘텐츠의 시대적 의미를 찾느라 뇌세포를 고문할 이유는 없다. 이미 사망한 뇌세포 부관참시로 사흘 만에 부활하나. 저격하거나 혐오하는 대신 유쾌한 ‘갬성(‘괄호 열고 감성을 일컫는 요즘식 표현’이라고 또 쓰고 있자니 지친다. 저기요, 네이버는 뒀다 뭐할라꼬요)’을 건드렸다면 된 거지.

그저 철없는 것들의 유치한 짓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꼰대가 일하는 대기업 마케팅팀도, 꼰대도 울고 갈 공직사회도 뛰어들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으면 쌀을 주겠다는 저 세상 이벤트를 실시한 현대오일뱅크는 행사 홍보도 근본 없는 드립으로 채웠다. 마케팅팀이 올린 유튜브 영상은 영화 패러디로 만들어졌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이 의식의 흐름대로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 정우성이 남긴 명대사를 패러디한 장면은 소주잔에 쌀을 가득 부어주며 “이거 먹으면, 우리 사귀는 거다?”로 둔갑했다. ‘추격자’ 김윤석의 “야, 4885!”는 “야, 햅쌀85”, ‘아저씨’ 원빈의 “아직 한 발 남았다”는 “아직 한 톨 남았다”로 바꿔놓았다.

충북 충주시 SNS(이걸 사회과안계에마앙서어비이스라고 풀어 써주면 그게 설명이냐고요)는 ‘미쳐버린 홍보담당자’ 덕에 병맛 갬성의 센터 자리를 꿰찼다.

올해 4월부터 실시된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 충주시에는 2가지 버전의 홍보물이 있다. 우선 공식홍보물은 ‘아름다운 주정차문화, 충주시민이 함께 만들어갑니다’이다. 늬예 늬예….

미쳐버린 버전은 ‘고백해서 혼내주자, 고백방법 043-850-XXXX(교통과)’. 미쳐버린 버전2는 ‘도로 위 엄석대를 혼내주자, 저 Shake it 나쁜 Shake it’. 무료당뇨검사 홍보물은 ‘스타크 씨, 제 몸이 이상해요. 응, 당뇨 검사해’, 제35회 수안보온천제는 ‘넌 나에게 목욕감을 줬어. 비누문의 관광과’.

병맛 갬성이 피식 웃고 끝나는 말 장난에 그쳤다면 관심 안 둬도 그만이다. 그런데, 돈이 된다.

미국에 사는 도배공 로렌조 맥기오어(57살이래요. 존경합니다, 형님.)는 ‘파리 잡는 총’을 만들어 300억 원을 벌었다. 총알 대신 소금이 발사되는 이 총은 음식물에 앉은 파리를 파리채로 내리치면 발생하는 대참사(우우욱~)를 막아준다. 소금 맞고 기절한 파리를 놀려먹는 꿀잼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1000분의 1초 차이를 인식해 몸을 피하는 파리의 반사신경조차 눈치채지 못하도록 결정이 작은 소금을 이용한 과학이 숨어 있다.

이런 게 먹히냐고? 자알 먹힌다. 못 믿겠으면 입 벌려. 병맛 들어간다.(뭐야, 나도 줘요)

....... (대표님, 진짜 약빤 건 아니에요. ;;;;)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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