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던 핵심 규제들을 없앤다. 제조업에 비해 부족했던 재정지원도 대폭 늘린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영세자영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이 서비스업의 ‘주류’가 되면서 2002년 이후 서비스업의 전산업 대비 부가가치 비중이 정체돼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마련됐다. 고용창출력과 노동생산성도 하락하면서 고용·연구개발(R&D) 비중 등 주요 지표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번 대책은 고부가가치 업종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확대하고, 신산업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됐다.
정부는 먼저 서비스업과 제조업 간 차별을 해소한다. 재정 측면에선 제조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16개 부담금 면제 혜택을 정보통신업, 금융·보험업 등 지식서비스업까지 확대하고,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적용대상을 유흥주점 등 사행산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업종으로 넓힐 계획이다. 초기창업 패키지, 중소기업 경영컨설팅도 사실상 모든 서비스업에 지원한다.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대상업종도 대폭 늘린다. 현재 서비스업 중에선 세세분류 기준으로 620개 중 148개 업종만 세액감면을 지원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부가가치업종 중 10개 내외의 업종을 선별해 추가했는데, 이번엔 예외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원칙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며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검토해봐야겠지만, 이번에 100개 내외의 업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 숙박·음식업 프랜차이드 등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업종과 소비성·사행성 업종 등에 대해선 기존과 마찬가지로 혜택을 배제한다. 부가가치가 낮고 폐업률이 높은 업종에 창업이 쏠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소규모·저임금 업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대폭 확대하고 정책금융과 펀드 지원규모도 매년 6000억 원씩 늘려나간다.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70조 원이 지원된다.
서비스업의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한다. 9월 중으로 유망서비스업에 대한 해외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기존 수출업종에 대해선 수출금융과 사업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유망서비스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험료 할인, 부보율 상향 등 우대지원은 일몰을 내년까지 연장한다.
특히 유망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던 규제들을 대폭 개선한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의료광고 가능지역을 확대하고, 성형·피부과 등 특정 진료과목의 편중도 적정 수준에서 허용한다. 국내에서 미용성형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에 대해선 올해 종료가 예정됐던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를 내년까지 연장한다. 부실 의료기관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의료법인 간 합병을 허용하고,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규제 신속확인제도를 도입한다. 규제자유특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후면세점 즉시환급 한도를 1회 50만 원, 1인 200만 원으로 현행보다 2배 확대하고, 크루즈와 항공 등 출입국 편의를 높인다.
콘텐츠 산업에선 게임 핵심규제들을 대거 수술한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성인에 대해선 월 50만 원 결제한도 제한을 폐지한다. 등급 변경을 요하는 게임의 내용을 수정할 때 수정시점 이전으로 서비스를 강제 소급하는 ‘롤백’ 의무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이와 함께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신설한다.
O2O(Online to Offline)와 공유경제 등 신서비스 진입장벽도 해소한다. 음식점에서 병맥주 배달은 가능하지만 생맥주 배달은 불가한 모호한 규정을 정비하고, 온라인을 통한 유료 직접소개사업에 대해 시설요건 완화를 추진한다. 또 고령자·장애인이 요청할 때 영업소 밖에서 이·미용시술이 가능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에 대해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등 주행제한을 푸는 대신, 제품·주행에 대한 별도의 안전기준을 마련한다.
기재부는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제 이행 점검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관광·보건·물류·콘텐츠 등 유망서비스업종별 대책도 시리즈로 지속적으로 마련·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