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채운 '수소차·로봇'…'제2의 중동 붐' 속도

입력 2019-06-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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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보따리 푼 사우디 왕세자…원전 수주 기대감도 높아져

26일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등을 통해 경협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양해각서(MOU)만 10건을 체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살만 사우디 국왕의 7남이자 왕위 계승권자로 사우디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MOU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한국-사우디 경제 협력 석유서 수소 등으로 확대

전통적 협력 영역인 석유, 화학 분야가 5건으로 가장 많다. 특히 에쓰오일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6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력 MOU를 맺었다. 체결된 MOU 중 최대 규모다. SK가스는 사우디 석유화학기업 AGIC와 함께 18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주베일에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SK가스는 사업 타당성·사업성 검토를 거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석유, 화학 분야와 함께 신산업 분야 협력 성과도 눈에 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원 의존적인 사우디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2016년부터 ‘탈(脫) 석유, 경제 다각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 전략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첨단 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한국을 비전 2030 ‘중점 협력국’으로 선정한 데 이어 이번 MOU에서도 신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은 전방위로 넓어지게 됐다.

특히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알 팔레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MOU를 맺었다. 두 나라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 개발과 수소차·수소 연료전지·수소 충전소 보급, 관련 표준 개발 등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아람코와 MOU를 맺고 수소차 생산 기술 개발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아람코와 함께 4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사우디 킹살만조선소에 선박 엔진 공장을 짓기로 했다. 로봇산업진흥원도 사우디 왕립기술원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이번에 체결된 MOU 이행을 뒷받침하는 역할은 ‘비전 오피스’가 맡기로 했다. 두 나라는 사우디 현지에 비전 2030 협력 사업을 담당하는 비전 오피스를 열기로 합의했다. 현재 두 나라는 제조업과 에너지, 인프라 등에서 협력사업 40개 이상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원전 수주 기대감도 상승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팀 코리아’의 사우디 원전 수주 기대감도 커졌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산업 협력 분야의 하나로 원전을 꼽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은 팀 코리아를 이뤄 사우디 원전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사우디 원전 사업은 2030년까지 1.4GW 규모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22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중국·러시아·프랑스 등이 사우디 원전을 두고 한국과 경쟁 중이다.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수주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대해 “사우디 원전 사업은 그나마 한국이 희망을 걸 수 있는 해외 원전 사업”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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