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는 불과 3년 만에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회사로 변신했다. 이런 실적 회복은 중국 협력업체의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결정에서 비롯됐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해당 거래는 AMD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미국의 국가안보 관계자들을 경악에 빠뜨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문제의 거래가 중국의 슈퍼컴퓨터 산업을 억제하는 목표에 차질을 줬다고 인식했다. 수년에 걸친 대립 속에 결국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에서의 기술 취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 그 대상에는 AMD의 여러 파트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미 중국판 AMD 반도체가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 차세대 슈퍼컴퓨터는 일반 가전제품은 물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방어 등 군사용 첨단 응용 기술에 필수적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반도체 기술 습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칩의 성능이 낮아 슈퍼컴퓨터 연산 능력에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MD와의 합의에 따라 중국은 x86이라는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제품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도 인텔과 AMD 등 2곳 밖에 없었으나 여기에 중국 업체들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17~2018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이었던 로버트 스팰딩 퇴역장군은 “우리는 AMD 거래를 차단하고자 다른 정부기관과 논의했다”며 “오늘날 x86은 모든 것의 기반이다. 이는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WSJ는 미국 정부 전현직 관리들, 반도체 업계 관계자, 법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AMD와 정부 사이에 오고간 각종 문서 등을 통해 문제의 거래를 둘러싼 정황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리사 수 현 AMD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했던 2014년 10월 회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부채가 계속 쌓이고 매출은 감소하고 있었다. 주가는 주당 약 3달러까지 떨어져 일각에서는 AMD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출생이지만 뉴욕에서 자란 리사 수 CEO는 취임한 3주 후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산업정보화부 관리들과 회동했다. 당시 중국 측은 AMD에 자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AMD는 2016년 2월 중국 슈퍼컴퓨터 개발업체이자 정부 지원을 받는 군수품 제조업체인 중커수광(Sugon Information Industry)과 합작사를 세우고 자사 x86 기술을 라이선스로 넘겼다.
이를 대가로 중국 정부는 구명줄을 제공했다. AMD가 받은 라이선스 수수료는 2억9300만 달러(약 3385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4월 AMD는 중국 기업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있는 반도체 공장 2곳 지분의 85%를 중국 국부펀드인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 산하 조직에 3억7100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 해당 기금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한다.
일반적으로 안보 문제가 발생할 거래에 대해서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AMD는 CFIUS가 합작사업을 깊이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첨단 기술은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WSJ는 전했다. CFIUS에 최종 결정권을 지닌 재무부 관리가 AMD의 주장에 논의해 결국 이 문제가 도널드 트럼프 정권으로 넘어오게 됐다.
미국 전현직 안보 관리들은 AMD가 2개의 합작사를 통해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어 미국의 규제를 회피했다고 평가했다.
AMD는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의 법률을 준수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중국으로 이전된 기술은 당시 현지에서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다른 미국 제품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