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부결됐던 여름철(7~8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결국 한국전력 이사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편안 시행 시 매년 최대 3000억 원에 달하는 한전의 할인액 부담에 대해 한전 이사회가 정부로부터 손실 보전을 확실히 보장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 이사회는 2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임시 이사회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한전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8명 등 총 15명의 이사진 모두가 참석했다. 안건 통과는 8명 이상 찬성하면 된다.
앞서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는 18일 누진제 개편안 3가지 가운데 '여름철 누진 구간 확대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해당안은 기존 누진제 3구간의 틀을 유지하되 냉방기기 등 전기소비가 많은 여름철에만 한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려 사용량 300kWh까지 1kWh당 93.3원을 부과하고, △2구간은 301kWh에서 450kWh까지 187.9원을, △3구간은 450kWh 초과 시 280.6원을 적용하는 구조다.
이럴 경우 1629만 가구(2018년 기준)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반면 최대 3000억 원에 달하는 할인액을 한전이 부담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21일 한전 이사회가 의결을 보류하기도 했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한전이 1분기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낸 상황에서 개편안 시행 시 한전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돼 경영진이 배임에 휘말릴 수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가 한전의 손실 보전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개편안이 의결이 된 것은 한전에 대한 손실 보전에 대해 정부와 한전 이사회가 합의점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태유 이사회 의장은 이날 임시 이사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개편안으로 한전이 입을 손실은 '전반적인 요금체제 개편'을 거쳐 충당하기로 했으며 자세한 개편 내용은 다음주 월요일(7월 1일)에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손실분에 대해 에너지특별회계 등을 통해 재정 지원을 확실히 보장해주거나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주는 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현행 누진제 1단계 구간의 소비자(월 200kWh 이하 사용)에게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이를 폐지하거나 2000원 정도로 조정하면 한전의 손실은 연간 2000~4000억 원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날 개편안이 의결됨에 따라 조만간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를 거쳐 내달부터 개정된 요금제를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