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기침체론, 진짜일까 착시일까

입력 2019-07-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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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뉴스랩부장

지금 경기는 ‘나쁜 상황’일까. 아니면 ‘좋은 상황’일까.

얼마 전 만났던 사업한다는 친구는 “생각보다 괜찮다”라고 웃었고, 프랜차이즈 식당을 낸 또 다른 친구는 “죽기 일보 직전”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TV에 출연한 한 야당 정치인은 “IMF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면서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있었다. 이처럼 글머리 질문에 대한 답은 경기 상황을 느끼는 기업이나 개인, 업종 등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전체적인 상황을 알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비교를 해보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와 견주어 본다든지, 업종별·소득별·규모별로 세분화해 서로를 비교해 본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원래 통계라는 것은 어떤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숫자는 그대로이지만, 보는 시각의 방향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 상반기 경제지표는 사실 오르락내리락하는 추세였지만, ‘경기 침체’, ‘경제 위기’라는 키워드가 유독 난무했다. 왜일까. 무엇보다 언론이 경기가 나쁘다는 논조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언론의 속성을 볼 때 ‘잘한다’라는 내용의 뉴스는 통상적으로 뉴스로서의 가치를 낮게 본다.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게 언론의 역할과 가치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하는 부분보다 못하는 부분, 더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에 익숙하다. 각 언론사의 정치적 스탠스를 떼놓고 보더라도 말이다.

여기에 정부가 기존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도 문제였다. 정부는 연초만 해도 ‘실제 경기는 좋다’라는 확고한 입장이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 문제가 발생하자 ‘경기가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라고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추경 통과를 위해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인 셈이다.

언론이 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이유는 다르지만 정부마저 가세해 버리니 ‘경기가 나쁘다’라는 분위기는 더 공고해져 버렸다.

물론 정부와 언론이 말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곧이 곧대로 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로 경기가 나쁘다는 느낌을 어디선가 받고 있기에 경기 침체론은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체감 경기 측면에서 ‘경기가 나쁘다’는 신호들을 우리는 어디에서 받아 들이고 있을까.

무엇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온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근무제는 소비의 방법을 많은 부분에서 바꿨다. 일단 퇴근이 빨라지다 보니 회사 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 ‘회식’이 크게 줄어든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회사 주변의 상권들이 매출 하락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하나둘 문을 닫는 가게들이 생겨나게 된다. 일부 언론이 체감 경기 최악의 근거로 말하는 ‘손님 끊긴 썰렁한 밤거리’ 사진의 배경이다. 하지만 번화가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이 진짜 경기가 나빠서인지, 아니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오는 필연적 변화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잃는 것만 있을까. 반대로 볼 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기존 오프라인 상권의 하락 이상으로, 신 상권의 성장을 가져왔다. 퇴근이 빨라져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자 밀키트(meal kitㆍ반조리음식)이나 HMR(가정간편식)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고,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이라는 유통의 새로운 영역도 만들었다.

음식배달 시장도 또 하나의 수혜자다. 현재 수많은 음식배달 서비스업체가 출현하면서 경쟁에 나서는 것은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수많은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이어지며 경제의 활력을 더한다.

이렇게 수요가 이동하다 보니 기존 소비 채널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당연히 불황일 수밖에 없다. 음식점과 마트는 그동안 체감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였다. 그동안 음식점이나 마트에 사람이 북적이면 경기가 좋은 것이고 사람이 줄어들면 경기가 나쁜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의 채널이 전환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변화다. 시장은 새로운 곳으로 가고 있는데, 경기의 지표로 보는 것이 과거의 지점이라면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

한 국가의 총체적 경제활동을 뜻하는 ‘경기’는 작게는 가정 단위인 자영업의 고민부터 크게는 미·중 무역분쟁까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진짜로 경기가 나빠진 것인지, 나빠진 것처럼 착시케 하는 다른 원인이 존재하는지 따져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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