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경제보복 현실화, 脫일본 전략 급하다

입력 2019-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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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현실화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용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가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수출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조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4일부터 규제에 들어간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일제(日帝)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판결과 관련,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먹히지 않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국가 간 외교 갈등을 민간 기업의 경제문제로 확대시킨 일본의 이 같은 대응은 정말 치졸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대 대상에서 빠지면, 한국은 수출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수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업체들은 이들 소재 수요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 일본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의 경우 세계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70%를 점유하고 있다. 당장에는 재고물량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때가 문제다. 대체 공급선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적기공급이 안 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의 생산과 수출 차질에 따른 엄청난 손실이 예상된다.

한일 양국이 계속 충돌로 치닫는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고, 우리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작년 흑자규모만 240억 달러를 넘는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그들로서도 큰 손해다. 그걸 감수하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외교문제를 걸어 한국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결국 외교적 해결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별 대책도 없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의 피해와 경제충격이 커지기 전에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 일본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일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탈(脫)일본 전략이다. 한·일 교역이 시작된 이래 수십 년 우리는 늘 일본과의 교역에서 적자였다. 주요 산업의 기계장비, 부품 및 소재 등 중간재를 일본에 기대고 있는 탓이다. 이런 만성적 무역역조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핵심소재와 설비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자급체제 구축 등이 어느 때보다 다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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