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4일 우리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부족하다며 분쟁해결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고용부는 이날 “지난 5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비준 절차를 진행해 왔으나, EU는 국회에서의 처리 여부가 정치적으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정부간 협의의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한국-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2011년 7월 발효되면서 우리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EU는 한국이 한-EU FTA 제 13장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FTA 사상 최초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첫 단계인 정부간 협의는 지난 3월 끝났다.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면서 한국의 한-EU FTA 위반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지게 된다.
EU의 요청에 따라 앞으로 2개월 안에 전문가 패널(3명)이 구성되면 전문가 패널은 90일간 당사국 정부, 관련 국제기구, 시민 사회 자문단 등의 의견 등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해 양측 정부에 제출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늦추면 양국 간 자유로운 무역확대에 장애물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EU와의 분쟁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미비준 핵심협약 4개 중 3개 ‘결사의 자유 제87호와 제98호’와 ‘강제노동 제29호’ 등
에 대해 비준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노조파업을 막기 위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강제노동 철폐 협약인 제105호 협약은 제외됐다. 고용부는 정기 국회 내에 비준 동의안과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고용부는 “EU가 제기한 쟁점에 대해 전문가 패널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함과 동시에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 등을 위한 국내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LO 총회에 참석해 ILO 핵심 협약 비준 계획을 공식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EU와 무역갈등 소지를 없애 노력하고 있지만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 소속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이며 좀 더 심사숙고해야할 과제”라며 비준안 처리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재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 시 노사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