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시험 유출 논란의 전말

입력 2019-07-07 16:49 수정 2019-07-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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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고시반 모의고사, 실제 출제 문제와 유사성 논란

수사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 5일 등장...7일 오후 2시 기준 4600명 넘어

유출 의혹 문제, 외관상 유사성 주장하지만…정답 같아 논란 증폭

정답 공개하지 않는 2차 시험, 정보 싸움으로 변질

수험생 "정답 없는 시험의 희생양은 우리"

14년 만에 공인회계사 시험 유출 의혹이 또다시 제기됐다. 논란은 ○ 대학 고시반의 모의고사가 실제 시험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유출을 주장하는 수험생은 “해당 고시반은 과거 모의고사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많아 논란이 됐었다”며 “돈을 주고, 특정 대학의 모의고사 시험지를 찾는 문제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형별 문제 출제에서 유사성을 문제 삼아 유출을 지적하는 것은 억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모고(○대학교 모의고사) 사례합니다”

올해 공인회계사 2차 시험 8일 전(6월 21일), 수험생 채팅방에서 특정 대학교 고시반의 모의고사 문제를 찾는 글이 올라왔다. 시험이 끝난 직후, 6월 29일 수험생 커뮤니티에 ‘그 ○대 감사문제’라는 제목의 글로 해당 고시반의 문제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문제 유출 의혹은 시작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인회계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 수사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도 5일 등장했다. 청원자는 “2019년 6월 29ㆍ30일 양일간 시행된 54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 문제 중 일부 과목의 문제 중 일부가 특정 대학교 회계사 고시반 학생들에게 사전에 모의고사와 특강 형식으로 배포됐다는 주장이 있어서 국민청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시험문제 유출 의혹은 수험생 커뮤니티의 ‘그 ○대 감사문제’라는 글에서 시작됐다”면서 “시험문제 유출을 뒷받침할 여러 주장과 과거 비슷한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또 “물론 유출을 주장하는 타 대학생들의 손에는 그 고시반 모의고사의 실물이 현재는 없어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수사를 촉구하기 힘들다”며 모의고사를 문제 삼았다.

◇“족집게 수준 넘어서” vs “단순한 유형 문제, 특별한 문제 아냐"

6일 공인회계사 수험생 커뮤니티에 모의고사 문제가 공개되자 논란은 커졌다. ‘지엽적인 출제 범위’와 ‘출제를 예측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유출 의혹을 주장한 응시생은 “회계사 시험 범위는 광범위하다”며 “아무리 유형별 문제라 하더라도 출제위원 성향에 따라 어떤 유형이 나올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계감사 8문제에서 자체 모의고사 2문제가 실제 시험과 관련 있다는 점은 단순한 적중률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수험생 사이에서 해당 고시반 논란은 매년 반복됐다“며 ”문제가 유출됐는지, 출제위원 명단이 노출된 것인지 금융감독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순한 문제 유형의 유사성을 가지고 유출로 단정해서 안 된다”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이들은 “논란의 문제는 이미 출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지엽적인 부분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보편적인 출제 가능성 범위라고 주장했다.

공인회계사 학원 관계자는 “시험문제는 유형별로 되어 있고, 유출 의혹 문제는 최근 이슈가 된 외부감사법과 관련된 문제”라며 “시험 대비로 보는 기본적인 문제”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고시반 학생은 “논란이 된 모의고사는 희망자에 한해서 5월에 시험을 치렀고, 고시반 학생의 20% 정도에 불과한 40명만 참석했을 만큼 내부에선 시험 당락에 결정적인 모의고사라고 보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그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학우들이 비난받아야 하는 사실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해당 대학교 관계자도 “사실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회계감사 파트 8문제 중 2문제 소물음 유사

하지만 과거 모의고사 문제를 수집해 실제 기출문제와 대조하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논란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번 54회 시험에서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진 과목은 감사 부문이다. 의혹을 제기한 수험생들이 문제를 삼는 문항은 △제2의견에 대한 안전장치 △외부감사선정 주체에 관한 부분이다. 이들은 “제2의견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문제는 아예 똑같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은 ‘제2의견의 필요성’ 논란에 대해 “법 문제 유형 상 묻는 범위가 명확하다”며 “출제 가능한 질문이 한정되기 때문에 유형상 문제가 유사하단 이유로 유출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2019년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을 보기 8일 전, 수험생 사이에서는 특정 모의고사를 구매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독자제보)
▲2019년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을 보기 8일 전, 수험생 사이에서는 특정 모의고사를 구매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독자제보)

그러나 ‘외부감사선정 주체’ 관련 문제 논란은 쉽게 꺼지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표 형식이 유사할 뿐, 명백히 다른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실제 시험은 주식회사 구분에 따라 외부감사인 ‘선정 주체’를 묻는 단순한 문제“지만, ”모의고사는 ‘감사위원회’와 ‘감사’ 유무를 구분해야 하고, ‘감사인 선임 절차’를 묻고 있다“며 ”이는 서로 다른 문제다“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의혹 문제는 실제 출제 문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대학의 고시반 문제 답안이다. 해당 답안은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모두 담고 있지 못하나, 유출 의혹을 받는 문제와 답이 일치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독자제공)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대학의 고시반 문제 답안이다. 해당 답안은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모두 담고 있지 못하나, 유출 의혹을 받는 문제와 답이 일치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독자제공)

회계감사 전문가는 ”금융감독원의 설명처럼 문제만 놓고 보면 다른 문제가 맞다“며 ”모의고사 문제는 절차를 묻는 문제로 실제 출제 문제를 포함하고, 계약기간 등 이외 것을 기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해당 모의고사의 답안지를 보면, 정답은 ‘감사인 선임절차’에 관한 답변이 아닌 실제 출제 문제(선정 주체)의 답변과 일치했다. 논란을 빚는 실제 문제가 유출 의혹을 받는 모의고사 문제의 답과 일치한 셈이다. 모의고사에서는 명백히 ‘선임절차’를 묻고, 실제 문제는 ‘외부감사인 선정 주체’를 묻는다. 단순히 표 형식에 따른 외관상 유사성으로 빚은 혼란으로 소명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폐쇄적인 2차 시험 시스템도 문제...희생양은 수험생

이번 공방전을 두고, 단순히 수험생 간 싸움으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청원 청원자는 “절대적인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험의 특성상,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 없이 또다시 묻혀버린다면 공인회계사 시험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며 수사를 요청했다.

이번 유출 의혹 사태를 두고 '폐쇄적인 공인회계사 2차 시험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차 시험은 객관식인 1차와 달리 서술형이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은 시험이 끝나면 문제만 제공하고 채점 기준표 등 점수와 관련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가채점이 불가능한 시험’이라는 의미다. 어떤 답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배점은 몇 점인지 모르는 구조다. 시험과 관련된 추측성 정보라도 수험생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공인회계사 학원가는 "0.1점 단위로도 채점되는 2차 시험 특성상, 시험과 관련된 작은 정보에도 수험생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학원가의 유명 강사는 “수험생 사이에서 출제위원과 관련된 추측성 정보만 돌아도 해당 교수가 집필한 관련 기본서를 찾으러 다니기 바쁘다”며 “이번 논란에서 수험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 유출 의혹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 2차 시험 문제를 공개할 때, 최소한 채점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며 “그래야 시험 대비에도 수험생들이 기출문제를 근거로 기준 삼고 공부할 수 있고 수험생이 받는 점수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출제위원은 확정 전까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며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전문 보안요원을 고용할 만큼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명했다. 2차 시험 시스템에 대해서 “채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채점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수 채점 기준 공개와 관련해서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고민해보겠다"면서 추후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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