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양대 용병술(경쟁사 임원 영입·상시채용)이 국내외에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고 일본차가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이와 반대로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정 부회장이 올해 들어 속속 영입한 글로벌 닛산 출신의 인재들이 효과를 주도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공개채용을 없애고 상시채용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인력운용의 묘를 살리고 있다.
◇美 시장 침체 속에서 日 제치고 선전하는 현대차=7일 완성차 업계와 오토모티브 뉴스 집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6만6089대에 달했다.
이 기간 기아차 역시 0.4% 증가한 5만6801대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 판매는 작년 8월부터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체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꽤 고무적이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2.6% 하락한 151만3000여 대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차 업체들의 판매가 2분기 들어 급락했다. 지난달 토요타는 미국에서 전년 대비 3.5% 하락한 20만235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시장 평균 하락치(2.6%)를 넘어선 수준이다.
혼다와 닛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각각 전년 대비 6.3%와 14.9%씩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치를 따져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가 각각 전년 대비 2.5%와 3.8% 증가한 반면, 일본 토요타(-3.1%)와 혼다(-2.7%) 닛산(-8.2%)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반기 기준 현대기아차의 미국 총 판매(64만8179대)는 독일 폭스바겐(31만8711대)의 2배를 넘어섰다. 나아가 닛산(71만7036대)의 90.5%까지 치고 올라가며 맹추격 중이다,
이같은 북미시장 호실적 뒤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올 초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용병술’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와 미주권역담당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닛산의 출신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을 임명했다.
카를로스 곤 전(前) 르노닛산 회장의 오른팔(ally)로 알려진 무뇨스 사장은 닛산 시절 전사성과총괄(CPO)을 담당하며 북미시장 약진을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혹독한 구조조정 전문가였던 곤 회장의 옆에서 판매와 마케팅 분야의 원가절감을 주도한, 이른바 ‘코스트 킬러’였다.
무뇨스 사장과 함께 영입된 닛산(인피니티) 출신 ‘랜디 파커’ 판매담당 부사장까지 합류하면서 용병술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파커 부사장 역시 미국 GM과 일본 닛산에서 30년 넘게 몸담아온 판매 마케팅 전문가다. 5월 합류한 파커 부사장은 닛산 시절 인피니티의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마케팅 전략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실제로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팰리세이드를 제외하면 미국에 별다른 신차가 없는 상황. 그럼에도 경쟁사의 하락세와 달리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은 마케팅과 딜러 네트워크 전략의 변화가 효과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모두를 만족시킨 상시채용=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올해부터 도입한 상시채용이 관리자와 신입사원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상시채용으로 ‘적재적소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와 ‘긍정적인 사내 분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 초부터 66차례, 현대모비스는 8차례 신입사원을 뽑는 상시채용 공고를 냈다.
지난 3월 현대차는 연구개발(R&D) 부문 연구원을,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부문에서 첫 신입사원을 뽑은 뒤 지금까지 상시채용을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초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을 도입했다. 직무 능력 중심의 인재를 뽑겠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상시채용 체계는 인력 수급 시간을 단축했다. 상·하반기에 나눠 진행하던 기존 공개채용 방식은 서류 지원부터 최종 합격자 선발까지 5~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상시채용 도입으로 이 시간이 2~3개월로 대폭 줄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즉시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공개채용 체계와 달리 인력이 필요한 현업 부서가 주도적으로 채용 전형에 나설 수 있게 돼 가능한 일이다.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상시채용은 동시에 직무 역량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신입사원임에도 곧바로 현업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을 뽑을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상시채용은 선발된 신입사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신이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어디에서 근무할지 인지한 상태에서 입사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채용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고를 보면 부서와 업무, 근무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상시채용 도입이 사내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HR 부서가 주도해 인재를 선발하던 과거와 달리 현업 부서가 주체가 되다 보니 인재 선발과 성장에 더욱 신
경 쓰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공채 시스템하에서는 HR부서가 아니면 인재 선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상시채용 체계에서는 각 부서가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회사에 정착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 인공지능, 스마트카 등 미래 신사업, 신기술 부문의 직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지원자들이 더 자세한 직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