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4차’로 가는 길…“제약바이오 산업에 인재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입력 2019-07-08 05:00 수정 2019-07-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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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빅데이터 전문가 가장 부족… IT·금융 등 유망 업종에 몰려

마케팅·허가등록·사업개발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첨병도 필요

식약처 허가심사 인력 더 늘려 ‘제2 인보사 사태’ 미리 막아야

제약바이오 산업의 고도화로 전문 기술과 세민한 전략이 요구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분야별 인재 영입에 안간힘을 쓰는 한편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도 특성화대학원 등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지만 현장 투입의 어려움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의 인허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분야별 인재양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가 영입 어려움=업계에서는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전문가가 가장 부족한 인력으로 꼽힌다. 대웅제약 AI부서 관계자는 “AI·빅데이터 전문가들은 비공개 채용, 전문가 네트워킹을 통한 인재 추천이 아니면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체 관계자는 “인재 추천도 쉽지 않아 믿을 수 있는 교수의 연구실 내 연구원들과 미리 네트워킹을 해 놓거거나 요청을 해야 겨우 뽑을 수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닌, 인재가 이 산업에 오려고 하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광준 세브란스 차세대정보화사업추진단장(노년내과)은 “제약 바이오 시장에 대한 투자가 (다른 산업보다) 더디다 보니 (4차산업 관련) 인재들이 훨씬 더 미래가 밝다고 여기는 IT, 금융분야로 쏠리는 것”이라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만 매력적인 시장이 만들어지고 인재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도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별로 관심이 없다”라며 “시장 경쟁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분야별 회사를 키워주는 것도 인재 유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 공장을 방문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인 바이오로직스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 공장을 방문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인 바이오로직스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해외 진출·산업 활성화 위한 인재 확보 필수=4차산업 관련 인재와 더불어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 국내외 마케팅·허가등록(RA)·사업개발(BD) 전문가도 빠른 속도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헤드헌팅 전문 커리어앤스카우트에 요청된 국내외 제약사 15개 기업 경력직 채용 분석에 따르면 2017년만 해도 연구원 직무 채용 의뢰가 업계의 70%를 차지했으나 2018년부터 마케팅 인재 요청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에는 전체 직군 채용 요청의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지난해 RA, BD요청도 2017년 대비 각각 15%씩 증가했다.

최원석 커리어앤스카우트 대표는 “지난해부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채용 눈높이가 높아지며 전문성 있는 직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별 사업 다각화 및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BD와 RA, 마케팅 등 인력 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상황은 실제 관련 업계가 사업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등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GC녹십자,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동아제약 등은 신사업 개발 및 전략 부문에 대한 전문 경력자나 해외경험을 갖춘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유유제약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해외 인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특히 진출 국가 특성을 좀 더 쉽게 파악하면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대학생 인턴 도입 추진 등 글로벌 인재 리크루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는 “한국은 신약개발의 역사가 짧고 완주 경험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앞으로 종합적으로 여러 분야에 접목될 수 있는 제약바이오 인력들의 배출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업무인 RA ·BD등은 제약산업을 폭넓게 바라보고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야”라며 “앞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관련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이공계열학과와 의학약학 전공자들의 융합형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인력 양성·규모 확보해야=업계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팽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력 부족이 인보사 사태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식약처의 바이오의약품의료기기 분야 허가심사 전담인력은 2013년 260여명에서 현재 350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는 1품목 당 5명 정도로, 밀려드는 허가심사에 새로 배치된 인력들은 해당 산업 이해도를 높이지도 못한 채 밀린 서류들을 처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국내의 3~5배 달하는 수준의 허가심사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심사 인력은 1700명으로 바이오 의약품 심사의 경우 1품목당 40~50명이 맡고 있으며 중국도 1000명 정도가 허가심사 인력으로 근무 중이다. 식약처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허가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인 700명으로 늘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차단하고 산업을 발전시키 위해 정부 차원의 인력대비가 시급하다”면서 “해외 수준으로 인력을 늘려 빠르고 디테일한 수준의 분아별 심사인력들이 배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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