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보복에 허둥지둥 정부, 정말 답답하다

입력 2019-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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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정부의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7일 5대 그룹 총수와 만났다.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도 예정됐다. 재계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 입장을 밝힐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곧 단기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다급한 상황을 반영한다. 한·일 간 무역분쟁의 전환점 마련을 위한 정부 메시지와 대응책이 무엇인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대할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번 수출 규제를 우리 대법원의 과거 일제(日帝)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결부시키며 보복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외교사안을 통상으로 결부시킨 만큼 해법 또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국가 간 외교갈등과 정치적 문제로 통상 규제를 가하는 일본의 행태는 정말 저열(低劣)하고 부당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 주력 산업의 심각한 피해와 한국 경제에 대한 충격은 현실이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위기다. 일본은 이제 첫 단계 보복 조치를 시작했을 뿐이다. 수출을 통제한 겨우 세 가지 부품과 소재만으로도,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이를 표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시도한 것이다.

문제는 단기간 내 사태의 바람직한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베는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한국을 자신들이 정한 안보우방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예고했다. 통관의 편의를 없애고,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동한다는 의미다. 과거 그들의 적성국가에 가했던 제재이고 보면, 한국과 전면적인 충돌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의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치가 반도체 메모리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고, 부품 조달 차질에 따른 전 세계 산업의 파동을 가져올 소지가 크다. 우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시장 D램 점유율은 70%, 낸드플래시는 50%에 이른다. 단적으로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파나소닉과 소니 또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이 이점까지 계산에 넣었다고 봐야 한다.

이제야 정부가 허겁지겁 기업들을 불러모아 대책을 마련한다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예고됐던 일본의 통상보복을 허투루 넘겼던 정부의 무능과 전략 부재만 드러낼 뿐이다. 수입선 다변화니, 부품 국산화니 하는 대책은 수십 년 전부터 강조돼 왔고, 하루가 급하게 수요 물량을 조달해야 하는 지금 하나 마나 한 얘기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위기를 넘겨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당장 서둘러야 할 일은 외교적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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