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동분서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어떤 해법 찾을까

입력 2019-07-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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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밤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밤 일본 하네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현지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닌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보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물론 경제적 실리로 다져진 기업인들 간의 소통과 대화가 갈등 해결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8일 재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일본으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거래처 간부 및 재계 원로 인사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 부회장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고자 거래처 기업 간부를 만나서 일본 이외 공장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방안 등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텔라에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조달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스텔라는 일본 이외에 대만ㆍ싱가포르에 생산 거점을 갖고 있다. 스텔라가 공급하는 불화수소는 독성이 있어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려운 까닭에 적시공급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거래 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PR)를 생산하는 일본 TOK도 이 부회장의 현지 일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TOK 관계자는 최근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는데, 갑자기 정부의 수출 규제가 생기면서 실망감이 크다”며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는 생산량이 적고 한국에서도 생산 시설이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TOK는 인천 송도에 생산 거점이 있다.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는 요네쿠라 히로마사 스미토모화학 회장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와 ‘갤럭시폴드’ 화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공급받고 있다.

요네쿠라 회장은 과거 이건희 회장 때부터 삼성과의 인연을 맺어 왔다.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회장과 요네쿠라 회장은 지난 2011년 대구에 웨이퍼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은 요네쿠라 회장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집무실이던 한남동 승지원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에 이 부회장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부회장이 현지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간접 지원’이 가능한지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계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쌓아 왔고, 고객사들과도 신춘 인사회 등을 통해 신뢰 관계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런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을 도왔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일본 측의 마음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무리하게 납품 기한을 맞추도록 요구하지 말라고 일본법인에 지시했고, 공장이 피해를 입은 소니에는 부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경영 악화로 곤경에 빠진 샤프에 출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

한편, 이 부회장의 귀국은 오는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삼성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결정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이라면서 “오너가 직접 발로 뛰는 만큼 전문경영인들도 긴장감을 갖고 해결 방안을 찾으려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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