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르면 9월 중 시행 가능

입력 2019-07-08 16:25 수정 2019-07-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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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들썩이자 정부 사실상 도입 시사···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아

정부의 수차례 엄포에도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들썩이면서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제도 도입 시기 조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겹겹이 쌓인 규제에 시장 상황이 안좋은 주택시장의 경우 추가 규제에 따른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열린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만 해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관리에 불만을 표하긴 했지만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었다.

하지만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가 급변하자 제도 도입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아파트 토지비에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으로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지만 민간택지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출범 이후 '역대급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현 정부에서도 막판까지 손대지 않았던 카드일 만큼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일부 부작용도 우려되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꼽히는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고 시그널을 보냄과 동시에 치솟는 분양가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8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하며 34주 만에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미 KB부동산이나 부동산114 통계로는 한달째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분양가 역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742만 원으로 지난 2014년의 1893만 원에 비해 5년 사이 44%나 급등했다.

특히 최근 강남을 비롯해 강북지역에서까지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 역시 정부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할 경우 주변 시세 수준에 분양이 가능해 지는 만큼 삼성동이나 반포동 등 강남권 주요 지역은 현 시세 기준 3.3㎡당 6000 만∼9000만 원대 분양이 가능하다. 최근 HUG가 요구하는 3.3㎡당 분양가 4000만 원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이들 단지가 후분양을 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 없이도 분양이 가능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분양가가 크게 낮아지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데 감정평가 금액이 시세의 절반 수준인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급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금을 얻고, 조합원 부담을 낮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자체사업을 하는 단지 역시 택지매입에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이 비용을 인정받기 힘들다.

결국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는 경우가 늘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9월부터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크게 줄었다. 부동산114 조사 기준 서울지역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8년 5만6000여 가구에서 2009년 3만1700여 가구, 2010년 3만5000가구, 2011년 3만6900가구, 2012년 2만가구, 2013년 2만3600여 가구로 반토막이 났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분양 지연이나 사업 연기로 수급의 불일치가 가장 우려된다”면서 “이 경우 규제 완화시 집값이 갑자기 뛰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집값이 비싼 지역은 '로또 분양'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시기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중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행령은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되는 만큼 개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달 중 시행령 개정안이 발의된다면 40일의 입법예고와 규제심의 등을 감안해도 9월 중에는 공포가 가능해진다.

다만 정부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둘 가능성은 있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을 때도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줘 건설업계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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