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8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2.58% 하락한 2933.3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3.1%까지 떨어졌다. 기줄주 중심의 중국 선전거래소 차이넥스트지수는 2.7% 빠진 1506.66으로 장을 마쳤다. 홍콩증시 항셍지수도 2%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2일 중국판 나스닥인 ‘과학혁신판(커촹반, 영문명 스타마켓)’ 출범을 앞두고, 자금이 기존 주식에서 신규 상장 종목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일, 커촹반이 22일부터 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기업들의 대규모 상장이 예정돼 있는데, 4일까지 31개 기업이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상장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 중 25개는 정부 기구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최종 비준까지 받아 사실상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만 약 162개의 기업이 커촹반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예상의 2배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커촹반에 IPO 과부하가 예상되면서 기존 증시 자금이 커촹반으로 이동, 유동성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커촹반은 기존 증시와 달리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직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업 초기 기업들도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앞세워 증시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상장 특례 제도인 셈이다.
게리 알폰소 선완홍위안증권의 트레이딩 디렉터는 “커촹반 상장 종목이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유동성 측면에서 약간의 압력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나리오라면 상장 종목 간의 자본 재분배라고 여겨져 조정은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로라 왕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도 “커촹반의 규모가 전체 시장 대비 작아 유동성 압박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 속에서 자국의 첨단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커촹반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의 정부 주도 기술 육성 방식을 불공정한 산업 정책으로 지목하고 시정을 요구하자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유망 기술 기업에 자금을 대던 방식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우회 경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차세대 유망 기업에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기조 연설에서 미국의 나스닥 같은 기술주 전문 시장인 커촹반을 추가로 개설하겠다면서 여기에서는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가 시범 적용될 것이라고 직접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