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기업의 사회책임] ① 해외 사례 보니 “고용하기 위해 생산”

입력 2019-07-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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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보이는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의 직원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는 실업자, 노숙자는 물론 심지어 전과자, 약물 중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실제 이들을 대거 채용했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홈페이지 캡처
▲행복해 보이는 그레이스톤 베이커리의 직원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는 실업자, 노숙자는 물론 심지어 전과자, 약물 중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실제 이들을 대거 채용했다. 그레이스톤 베이커리 홈페이지 캡처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6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IBM에 방문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 CEO(최고경영자)들이 모인 교육 회담에 대통령까지 참석한 것이다.

IBM의 수장이었던 루 거스트너가 “하루만 시간 내서, 골치덩어리인 교육분야에 대한 해결책을 IBM과 논의합시다”라고 한마디했을 뿐이다. 당시 미국은 심각한 교육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기업이 이를 해결하겠다고 적극 나서 주니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당히 반가웠을 것이다.

회담 이후, IBM은 ‘교육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미취학 아동·교사·학부모를 연결 짓는 소프트웨어와 학생 멘토링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해 학교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이는 정부와의 비즈니스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IBM은 기술적 재능을 활용해 교육 혁신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미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기업이 비즈니스와 연계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전략적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단순히 현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닌 기업 고유의 지식, 특성, 기술을 사회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사회적 책임경영’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보다 수십 년 앞서 이를 실천에 옮긴 곳은 유럽이다. “기업은 사회·경제·환경 분야 모두에 책임을 지고 성과를 파악해야 한다”는 TBL(Triple Bottom Line) 정의도 이 분야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영국의 존 엘킹턴이 만들어 낸 개념이다.

실제 유럽 기업들은 기업행동을 규제하고 시민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경영의 전형이라고 평가받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례로 주민의 놀이터이자 학습터로 과학체험관과 체육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는 독일 제약회사 화이저는 바이에른주 주민이 가장 아끼는 회사로 유명하다. 화이저가 그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때에도 주민들은 화이저 주식을 적극 매수해 대주주가 됐고, 결과적으로 화이저는 자리를 지켰다.

이 같은 유럽 스타일은 자유시장 행동을 중시하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특히 2001년 미국 경제에 충격을 안겨준 비도덕적인 엔론(Enron) 사태 이후,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그 과정에서 재조명된 기업 중 하나가 1982년 설립된 ‘그레이스톤 베이커리’다. 이 회사는 “과거에 저질렀던 행동 때문에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브라우니를 만들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브라우니를 만든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실업자, 노숙자는 물론 심지어 전과자, 약물 중독자들을 대거 채용했다. 연령대도 65세 이상이 상당수였다.

실제 창업자 글랜스맨은 이들에게 가치 있는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마약 등을 끊는 직원에게는 무료 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 뭄바이 호텔 ‘오키드’ 역시 대표적 사회적책임경영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업계 최초로 환경 지속가능성 면에서 ‘ISO 14001’ 인증을 받았으며 투숙객들은 도시 환경 캠페인이나 정화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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