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현대차그룹 연구조직 개편…신차 빨리나오고 더 다양해진다

입력 2019-07-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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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처 기반 위에 제품별 특화, 美 GM 글로벌 전략 강화 때 효과 내

▲새 조직 개편의 특성은
▲새 조직 개편의 특성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플랫폼 개념을 넘어 미래차까지 염두에 둔 ‘아키텍처 시스템’을 도입하는 만큼, 글로벌 전략거점별로 현지 특화모델 출시도 수월해진다.

신차 개발기간 단축은 물론, 연구개발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9일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대폭 개편한다고 밝혔다. 작년부터 준비해온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SBO)’을 본격화하는 셈이다.

연구개발조직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차의 기본 골격을 의미하는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제품통합개발담당이 밑그림을 그린다.

여기에 자동차에 들어가는 주요 개별 기술을 개발하는 △시스템부문이 기술을 덧댄다.

그리고 앞선 두 부문과 협업해 자동차를 최종 완성하는 △PM담당이 소형부터 대형차까지 차종을 특화해 개발한다. 디자인과 상용차는 별도 조직으로 빠졌다.

◇신차 개발기간 단축…개발비용도 절감=제품통합개발 담당이 주도하는 아키텍처는 플랫폼보다 상위 개념이다.

한 마디로 아키텍처(기본 구조) 위에 기술(시스템)을 채워넣고 차별성(차종)을 부여하는 구조다.

2000년대 초 미국 GM이 아키텍처 개념을 도입해 신차 개발에 적극 활용했고 재미도 봤다.

대배기량 세단과 픽업트럭에 특화됐던 GM은 아시아와 유럽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차종 다양화가 절실했던 때였다. 경쟁사인 포드가 일본 메이커와 손잡고 속속 소형차 시장에서 효과를 내던 무렵, GM도 과감하게 아키텍처 전략을 추진했다.

GM은 하나의 글로벌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종 다양화에 나섰다.

아키텍처는 변화의 폭이 제한적인 플랫폼과 달리 차급을 넘나드는 다양한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밑그림이다.

GM의 대표적인 글로벌 아키텍처가 쉐보레 크루즈였다. 크루즈는 GM의 글로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미니밴 올란도, 준중형 SUV는 물론 전기차 볼트(Volt) 뼈대까지 활용됐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면 시장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된다. 기본 구성이 갖춰진 만큼 신차 개발기간도 단축되고 자연스레 개발비용도 감소한다.

개발 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현대차의 준중형차(아반떼)와 중형차(쏘나타)는 5년마다 풀모델 체인지를 내놓는다.

일본 경쟁 메이커가 7년마다 새 모델을 내놓는 것과 달리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들어 발빠르게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차종의 이런 제품교환주기(라이프 사이클) 5년을 향후 3년 안팎까지 단축할 계획이다.

이런 개발 전략은 글로벌 주요 메이커가 앞다퉈 도입 중이다.

예컨대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닛산은 핵심기술을 공유하며 동맹을 맺고 있다. 닛산의 스포츠 세단 Q50의 디젤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이다.

반대로 고급차 브랜드 벤츠는 닛산의 픽업트럭 플랫폼을 가져와 5인승 픽업트럭 X-클래스를 내놨다. 그러나 제품 다양화에는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닛산의 픽업트럭 아키텍처가 벤츠의 고성능(AMG 모델)을 견뎌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가 아키텍처 기반의 시스템 조직으로 변모한다. 하나의 뼈대를 사용해 다품종 개발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주요 지역별로 현지전략형 모델 전략 이 강화된다. 사진은 8세대 쏘나타 아키텍처.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가 아키텍처 기반의 시스템 조직으로 변모한다. 하나의 뼈대를 사용해 다품종 개발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주요 지역별로 현지전략형 모델 전략 이 강화된다. 사진은 8세대 쏘나타 아키텍처. (사진제공=현대차)

◇2000년대 들어 네 번째 연구개발 혁신=이번 대대적인 연구개발본부 조직개편으로 현대차는 21세기 들어 네 번째 연구개발 분야의 변화를 맞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003년 R&D의 통합적 역량 향상을 위해 각 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현대차·기아차의 연구개발 기능을 모아 통합 조직을 출범했다. 2005년까지 통합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주력하던 시기다.

이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플랫폼 시스템을 통해 개발비용 절감과 다차종 개발에 나섰다. 이 무렵 연구개발이 단순히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주요 거점별로 현지화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조직이 신설되기도 했다.

세 번째 변화의 시기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다. 분야별 기술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기능 전문화 조직을 강화해왔다.

이제 네 번째 변화인 아키텍처 시스템 도입이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발판삼아 미래차 기술 리더십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이번 R&D 조직 구조 개편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 환경과 협업 방식의 변화를 통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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