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중국 AI(인공지능) 굴기 현장을 가다!

입력 2019-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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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필자는 지난달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전되는 현장 점검을 위해 올해로 5회째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아시아(Consumer Electronics Show Asia)’ 행사장을 찾았다. CES(소비자가전전시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중 하나로, 독일 베를린의 IFA(국제가전박람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와 함께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계 3대 전시회이다. CES 아시아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해 중국 상하이에서 매년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최첨단 IT, 차세대 혁신기술 및 관련 가전제품 박람회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최첨단 ICT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권위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CES 아시아는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증강·가상현실(AR·VR), 로봇 등 혁신기술 분야 70여 개 국가, 55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 기업이 대거 불참한 이번 행사에서 이목이 집중된 기업은 당연히 ‘화웨이’였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사태 이후 화웨이의 차세대 기술과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년 행사와 비교할 때 확연히 기세가 약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부스가 예전보다 많이 축소되었고, 5G 라우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출품작이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을 의식한 듯 알리바바, 비야디, 메이디 등 중국의 주요 ICT 및 가전 혁신기업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필자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베리실리콘(芯原), 아이플라이텍(科大訊飛)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AI 분야의 중국 혁신기업들이었다.

중국 AI 산업의 굴기는 최근 들어 더욱 급속히 성장하는 추세다. 2018년 중국 AI 기업의 특허 출원은 3만 건으로 5년 전에 비해 10배 정도 성장했으며, 미국 기업의 2.5배에 이른다. 특히 얼굴 및 이미지 처리 등 컴퓨터 비전 기술의 특허 출원 건수는 1만6000건으로 미국 기업 대비 4배 이상 많다. 이러한 중국 AI 산업의 굴기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우수한 인적자원, 막대한 자금력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은 AI를 차세대 국가발전전략의 주요 키워드로 정하고, AI 각 영역별로 대표 기업을 선정하여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7년 11월 자율주행차의 바이두, 스마트시티의 알리바바 클라우드, 스마트 의료 및 영상시스템의 텐센트, 그리고 음성인식 AI 플랫폼인 아이플라이텍에 이어 2018년 9월에는 안면 및 사물인식 기술 분야의 센스타임(SenseTime, 商汤)을 선정하여 차세대 AI 5대 국가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플라이텍의 경우 자체적으로 AI 대학 설립, 개발자대회 운영 등 다양한 AI 인적자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센스타임은 설립된 지 겨우 5년밖에 되지 않는 스타트업이지만 중국 내 유니콘 기업 중 대표 주자로 꼽히며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 2800명 중 1000명 이상이 AI 전문 연구개발 인력으로 현재 딥러닝(Deep learning) 플랫폼과 슈퍼 컴퓨팅 센터를 오픈하였고, 얼굴 인식·이미지 인식·객체 인식·텍스트 인식·의료 영상분석 등 다양한 AI 기술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본 혼다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공동개발,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협력 등 시장 수요에 맞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센스타임은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안에 인식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회사 내 쇼룸 전시장에 들어선 필자의 얼굴을 포착한 뒤 나이, 감정, 안경 착용 여부 등을 정확히 집어내 모니터에 나타낸 것을 보고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이러한 안면인식 기술의 급성장을 두고 빅브라더 혹은 디지털 독재시스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센스타임의 기술을 이용해 수만 명의 군중 속에서 흉악범을 검거하거나 실종된 어린이를 찾는 등 순기능과 함께 인권유린, 인권침해라는 역기능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모두 그런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작년부터 차세대 AI 전사, 이른바 ‘AI 홍위병’을 양성하기 위해 학습용 ‘AI 교과서’를 편찬하고, 전국 초중고 50개 학교를 대상으로 AI 시범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 중국의 미래가 무서운 이유이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고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센스타임이 세계 최고의 사물인식 기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AI 스타트업으로 최대 금액인 10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적 혁신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막대한 자본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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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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