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환의 Aim High] 2019 스페이스 오딧세이

입력 2019-07-10 06:00 수정 2019-07-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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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장

그리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별꼴을 다 보게 생겼다. 20일은 인류가 달에 착륙한 지 딱 50년째 되는 날.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는 방구석 음모론이 솔깃하다면 올해 여름부터는 과학뉴스에 두 귀 활짝 열어두시기를 권한다. 나부끼는 성조기나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 등 아폴로 11호 달 착륙 조작설이 그럴듯하다면 12~17호까지(13호는 아시다시피 “Houston, we have a problem”) 총 12명이나 되는 우주인이 달을 밟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조만간 지구에 없던 깜놀 이벤트들이 펼쳐질 텐데, 여태 봐온 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놀라운 일의 시작점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부동산 연구소 같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는 미래융합연구본부라는 조직이 있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지반열진공챔버’라는 구조물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2년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리도 같이 좀 쓰자”고 요청해온 ‘물건’이다. 5m 높이의 거대한 금속 공간인 이 물체는 지구에 달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실험 장치다. 온도나 기압뿐 아니라 토양까지 달에 있는 것처럼 구현한 세계 최초의 실험체로, NASA가 이미 50개나 갖고 있는 ‘열진공챔버’와는 ‘지반’ 한 단어 차이다.

겨우 한 끗 차이 장치에 무려 NASA가 관심을 보인 이유는 이 차이가 달 탐사와 달 거주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NASA가 보유한 열진공챔버에서는 우주선이 섭씨 영하 190도에서 영상 150도를 오가는 우주 환경을 견디는 실험이 이뤄진다. 진공 상태도 당연히 포함된다. 하지만 인간, 혹은 각종 장치가 땅에 닿은 상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반’이라는 두 글자가 포함된 달의 환경은 공중에 뜬 상태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달은 대기가 거의 없어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그대로 지표면에 쏟아지고, 이로 인해 달의 흙먼지는 강력한 정전기를 띤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대기가 없으니 풍화작용도 없어서 흙 한톨 한톨이 거칠고 날카로운 모양으로 생겼다. 사람이 걸어다니거나 월면차가 굴러가면 당연히 흙먼지가 날리게 되는데, 정전기를 띤 뾰족한 흙이 우주복이나 전자장비에 덕지덕지 달라붙으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하고도 남는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달에 있는 토양을 그대로 재현한 복제토를 자체 개발해 기존 열진공챔버에 깔아 일산에 작은 달을 만드는 중이다. 이 구조체가 성공한다면 달에도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될 것으로 과학계는 믿고 있다. 달이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거주지가 될지의 여부가 우리 나라 연구진에 의해 곧 결정되는 셈이다. NASA는 이미 성공을 전제로 계산기까지 두들겨 놨다. NASA는 “100억 달러(약 12조 원)면 7년 안에 달에 인류 거주지를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둔 상태다.

10년쯤 뒤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는 하이퍼루프(Hiper Loop)가 등장한다. 할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날짜만 안 잡혔을 뿐 이미 예정된 일이다. 요즘 언론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야기이니 장황한 설명은 생략. 기뻐할 일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신교통혁신연구소가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선두권 주자라는 점. 건설비용도 KTX의 10분의 1이라고 하니 비행기는 지금의 초호화 유람선처럼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 타는 유유자적 느림보 교통수단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돈 없고 시간 없는 서민은 하이퍼루프 타고 29만9000원짜리 뉴욕 2박 3일 패키지나 다녀오자.

벽에 X칠하는 한이 있어도 2049년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볼 가치가 있다. 글리제(Gliese) 581C에 보낸 인류의 메시지가 답장을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글리제 581C는 과학자들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 100%”라고 단언한 골디락스(Goldilocks) 지역의 글리제 항성계를 돌고 있는 세 번째 행성이다. 2008년 한 단체는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 ‘슈퍼 지구’로 불리는 이 행성을 향해 ‘지구로부터’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계산대로라면 2029년에 글리제 581C에 도달한다고 한다. 만약 문명을 지닌 생명체가 존재해 같은 방법으로 답장을 보낸다면 2049년에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이 메시지가 외계인 침공을 불러올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주전쟁도 가능한 고도의 외계문명이 불과 20광년 떨어진 지구를 여태 내버려 뒀을리가. 이제 2049년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자, 내일(오늘 아님)부터 운동이다. 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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