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비리' 업체 대표 항소심도 징역 3년... 브로커는 법정구속

입력 2019-07-1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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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연합뉴스)
▲대북확성기.(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업체의 임직원과 브로커 등이 항소심에서도 무더기로 징역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는 10일 음향기기업체 인터엠의 당시 대표 조모 씨(68)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인터엠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브로커 안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국군 심리전단과 조 씨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차모 씨는 징역 1년 6개월과 4365만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1심은 차 씨에게 징역 2년과 11억6670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전직 양주시 시의원 임모 씨는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4000만 원, 추징금 4233만3000원을 선고받았다. 범죄에 가담한 임직원들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2년 6개월의 징역형에 집행유예 3년~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북확성기 사업은 대규모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국가 안보와 연관돼 있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의 우수한 제품을 신속히 공급받아 전략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브로커로부터 사업 정보를 미리 입수해 별다른 경쟁이 없이 압도적인 점수로 사업을 수주했다"며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여야 할 국방예산이 피고인들 범행으로 인해 잘못 사용돼 종국적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상당히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것에 비해서 입찰 및 계약을 전담하는 담당자 1명에게 맡겼다"며 "사업발주처인 국군 심리전단에서도 별다른 검토 없이 무작정 사업을 서둘러 군 당국이 스스로 부실한 사업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기만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진 군 당국이 이행지체 외에는 다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이용해 물품대금 제공 소송을 청구했다"며 "대한민국은 이행지체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믿고 인터엠에 11억 원의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려 소송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등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입찰에 참여한 고정형 대북확성기 5개 업체, 기동형 대북확성기 3개 업체를 모두 제치고 인터엠이 계약을 따냈으나 입찰 비리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받았다.

검찰이 감사원 요청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3개월 동안 진행한 결과 인터엠의 확성기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km에 미달하는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업체는 이 과정에서도 브로커를 동원해 로비를 벌여 합격 기준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터엠은 스피커의 주요 부품인 드라이버가 외국산인 것을 숨기고 자체 제작한 것처럼 라벨을 바꾸고 형식상 발급받은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면서 국내산으로 판정받은 것처럼 가장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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