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줌인] 한현욱 차의과대 교수 “신약강국 되려면 양질의 빅데이터 필요"

입력 2019-07-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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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기술 기반 신약경쟁, 질적 데이터 확보 여부가 판가름"

▲한현욱 차의과대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한국이 신약강국 도약을 위해 질적 데이터와 인재 그리고 규제 완화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현욱 차의과대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한국이 신약강국 도약을 위해 질적 데이터와 인재 그리고 규제 완화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4차 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경쟁이 가능하려면 질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선결돼야 합니다.”

10일 경기도 성남 차바이오컴플렉스 연구실에서 만난 한현욱 차의과대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한국이 신약 강국 으로도약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이 같이 꼽았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제약 산업의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핵심인 데이터, 그 중에서도 데이터의 ‘양’이 아닌 ‘질’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들은 약물 가상 탐색, 독성 및 부작용 예측, 신약 재창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유전체 및 오믹스 데이터(유전체, 단백질체 등 생물학적 정보를 통칭)에 기반한 정밀의료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잠재적인 약물 타깃의 수도 기존 약물의 수백 개 유전자에서 최소 5000여개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신약 개발에 직접적으로 활용 가능한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약물 스크리닝, 약물 타깃정보,화학유전체 데이터 등도 축적되고 있어 업계에선 앞으로 신약개발 효율성에 빅데이터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 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 국내 기업의 경우 개인의 피 한방울을 이용해 현존 약들 중 개인의 몸과 약물의 궁합을 예측해 개인에게 맞는 약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물론 인종 및 데이터의 질이 담보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빅데이터를 이용해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준 점에 대해선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 활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결국 데이터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한 교수의 주장이다. 한 교수는 “맞춤형 의료를 위해 데이터의 질과 정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의 연결성까지 갖춰야 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없으면 자칫 시장만 키워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사업을 포기한 미국 IBM의 신약개발 전문 AI인 ‘왓슨 포 드럭 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를 예로 들었다. 그는 “왓슨 포 드럭 디스커버리는 논문(이론)을 학습시킨 데이터가 걸림돌로 작용해 중단됐다”라며 “가설이 아닌, 현장에서 쓰이는 살아있는 데이터들이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제대로 된 신약개발을 위해선 이러한 이론이 아닌 현장 데이터들이 활용돼야 하지만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 숙제다. 한 교수는 “비식별 데이터의 경우 환자보호 측면에서는 유용하겠지만 유전체나 라이프로그 데이터(생활습관이 반영된 건강데이터) 등과 연결시키지 못해 근거 기반 데이터가 나올 수 없으며 결국 임상적으로 의미 없는 데이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정보보호 등 데이터 관련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 싱가폴 등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나라들에선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제재를 마련하고 있다”며 “과거 인터넷 사용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듯이 국내도 빅데이터 사용의 역기능에 대한 법적 제재 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데이터들의 활용과 함께 닥친 또 다른 문제는 전문가의 부재다. 한 교수는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컴퓨터공학과 제약바이오 및 임상 등 과학과 의학이 융합된 분야로, 현재 전문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현재는 대학교 내 연구실 및 교수들의 재량에 따라 전문가를 양성 중이지만 기업들도 인재 확보가 쉽지 않아 대학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 교수는 국가 지원 교육의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현재 국가 지원으로 진행되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교육은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6개월짜리 단기 교육과정만 즐비하다”며 “단기 교육 코스에 미취업자들만 몰려 맛보기 식의 강의만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학, 바이오 분야는 내공이 필요한 학문인데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만 잔뜩 배출되고 있어 실제 연구에 투입될 수 있는 해당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며 “임상, AI, 빅데이터 등 2~3가지를 융합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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